권영걸 교수의 공공디자인 클리닉 <13> 교량, 과잉 디자인 피하고 장소에 통합되어야
시드니의 하버브리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경관이 수려한 도시에는 늘 아름다운 교량이 있습니다. 당대의 첨단기술과 조형감각이 집약된 교량은 도시의 아이콘이 되고, 기념비적 가치를 갖게 됩니다. 최근 많은 지자체들이 도시 브랜딩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상징적인 교량을 만들고자 애씁니다.
교량 설계는 재료와 구조 간의 역학적인 관계를 장소에 맞게 미학적으로 결합시키는 고도한 작업이지만, 주변 환경과의 맥락을 결여한 채 무조건 눈에 띄어야 한다는 식의 사고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교량을 건설하기 위해 국토해양부 고시 ‘도로교설계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만, 이는 역학적 관점의 구조 설계에 대한 지침일 뿐 주변 상황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조화로운 경관을 완성하는 것은 설계자의 몫입니다.
인공 수로를 설치하여 ‘물의 도시’로 계획된 인천 송도신도시에도 많은 교량이 설치되어 한 지점에서 4~7개의 교량이 어지럽게 중첩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맨 뒤에 2개의 타원형 주탑으로 구성된 사장교가 보이고, 그 앞으로 비대칭 사장교인 송도3교, 가짜 아치와 장식으로 치장한 송도2교가 보입니다. 이러한 풍경은 저마다 돋보이고자 하는 교량들 간의 부조화로 인해 수변문화도시의 열망을 좌절시키고 있습니다(사진1).
교량디자이너 엄성렬은 타원형 주탑 사장교만 남기고, 나머지 교량의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고 구조를 변경하여 명쾌한 경관이 되도록 제안합니다. 송도3교는 주탑과 케이블이 없는 단순 형태의 거더교(Girder Bridge)로 바꾸고 송도2교의 덧붙여진 아치와 장식도 제거하였습니다. 관습적인 형태의 답습, 이전 교량보다 더 두드러진 조형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 등으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뒤얽혀 있던 교량들이 질서정연하게 되었습니다(그림2).
교량은 한번 만들어지면 수십 년, 길게는 100년 이상을 갑니다. 따라서 교량 설계는 그 자체만을 위한 디자인을 넘어, 장소에 대한 통합적인 안목과 도시의 장기적인 변화상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형의 한 부분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기술·비용 등의 관계를 최적화할 때 장소에 적합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지닌 교량이 탄생합니다.
권영걸 서울대 교수·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중앙일보] 2009.12.05
'Design Trend > 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공디자인 클리닉 <15> (0) | 2010.06.11 |
---|---|
공공디자인 클리닉 <14> (0) | 2010.06.11 |
공공디자인 클리닉 <12> (0) | 2010.06.11 |
공공디자인 클리닉 <11> (0) | 2010.06.11 |
[보도자료]공공디자인, 공공 토론으로 푼다 (0) | 2010.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