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걸 교수의 공공디자인 클리닉 <12> 옥상, 무작정 녹색보다 주변과 어울리게
도시는 평면이 아니라 높이와 깊이를 지닌 입체공간입니다. 경관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위를 향하기도 하고, 아래를 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은 삭막하기 그지없습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획일적으로 입혀진 녹색 바닥과 방치된 쓰레기로 옥상은 마치 버려진 땅과 같은 모습입니다.
공동주택의 옥상은 소방법 및 공동주택관리규칙에 의해 대피·방화·방범시설로 기능하도록 관리 방안이 마련돼 있지만 개인주택의 경우 옥상 관리는 전적으로 소유주의 몫입니다. 즉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개선이 어려운 경관 관리의 대표적인 사각지대입니다.
오랫동안 관공서와 사무실의 탁자 및 데스크 윗면은 녹색 펠트를 깔고 유리를 덮었습니다. 통념상 자연의 색이라면 누구나 녹색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종 체육시설이나 주택의 옥상까지 무작정 녹색을 칠합니다. 사시사철 똑같은 이 원색의 녹색은 그나마 한여름 녹음기에는 덜하지만 가을과 겨울이 되면 너무나 두드러져 시각공해를 유발합니다. 또한 건축법상 계단실·물탱크실·기계실로만 사용할 수 있는 옥탑을 주거 용도로 불법 개조하기도 하고 각종 통신장비·가재도구·폐품·쓰레기 등으로 경관을 황폐화합니다(사진1).
색채디자이너 문은배는 녹색 페인트 대신 사람의 시각에 가장 자극이 없는 무채색 계열에 중·저채도의 방수 페인트를 적용해 편안하고 부드러운 옥상 경관을 제안합니다. 건축물의 외장재 및 난간 등과 조화로운 배색을 이루고 때로는 바닥에 방부목을 적용해 콘크리트 질감이 주는 삭막함을 덜어 줍니다(그림2). 나아가 옥상 바닥이 흡수해야 할 태양열을 열전도율이 낮은 목재 데크가 부담해 실내공간을 쾌적하게 유지시켜 주기도 합니다.
도시의 모든 구축물은 그 형태와 규모에 관계없이 시선이 미치지 않는 부분이 없습니다. 따라서 건물의 외관은 개인적인 것이면서 사회적인 것입니다.
총량적으로 볼 때 옥상은 매우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도시 경관 자산입니다. 따라서 주택을 지을 때 옥상의 설비·마감재·색상이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권영걸 서울대 교수·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중앙일보] 200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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