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걸 교수의 공공디자인 클리닉 <15> 종량제 봉투, 배출·수거 쉽고 보기도 아름답게
정부는 쓰레기 발생 단계부터 감량을 유도하고 분리수거를 생활화하기 위해 1995년부터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를 실시해 왔습니다. 쓰레기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버리는 만큼 낸다’는 원칙 아래 배출자가 쓰레기 수집·운반·처리에 드는 비용을 규정된 봉투의 구매비로 부담하는 제도입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1인당 쓰레기 1일 평균 발생량은 23% 감소, 재활용은 175% 증가했습니다. 자원 재활용 및 처리비 절감 등 총체적 경제 편익은 약 8조4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일반 비닐봉투에 묶음용 날개가 달린 종량제 봉투는 일반용·공공용·음식물쓰레기용으로 나뉘고, 크기는 3L부터 100L까지 다양합니다. 환경부가 고시한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에 따르면 봉투는 지정된 표준 규격을 따라야 하지만 재질·모양·구조 등은 자치단체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쓰레기가 꽉 찬 봉투를 묶는 일은 다소 까다로우며, 많은 문자 정보가 어지럽게 프린트된 봉투가 거리에 배출된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디자이너 김경선은 사용자 행태와 감성, 수거와 관리의 용이성, 지역 이미지 정체성을 고려한 새로운 종량제 봉투를 제안합니다. 비닐봉투의 묶음 날개 대신 끈으로 조여 손쉽게 쓰레기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배출 시기, 지자체명, 용역업체, 품질 등 위계 없이 표기된 많은 정보를 걷어 내 필요적 정보만으로 제한하고 여백에는 그래픽 메시지를 적용했습니다. [2]안은 자치구의 상징인 까치와 소나무를 반영한 서울 관악구 사례, [3]안은 부산시 해운대구의 지역 특성인 바다·갈매기·태양 등을 적용한 사례, [4]안은 친환경적 메시지를 담은 사례로 종량제 참여가 곧 환경보호 활동임을 알게 합니다. 이러한 대안들은 혐오감을 최소화하고, 쓰레기가 새로운 자원으로 느껴지도록 하며, 환경미화원이 폐기물을 쉽게 구분할 수 있고, 지역 고유의 이미지를 표현하며, 위조 및 변조 방지 효과도 있습니다.
세계적 모범 사례로 꼽히는 우리의 쓰레기 종량제도 봉투부터 사용자 감성과 이용 행태에 맞춰 재고돼야 합니다. 그저 쓰레기를 담는 봉투에서 배출과 수거가 쉽고, 지역 정체성을 느끼게 하며, 옥외와 거리에 배출돼도 혐오감을 갖지 않도록 디자인돼야 합니다.
권영걸 서울대 교수·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중앙일보] 201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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