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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신간]여성 패션의 유행과 역사의 상관관계

렌즈에 비친 중국 여성 100년사 
 

[이투뉴스] 192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는 여성의 형상은 단순히 남성들의 시선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여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추기 위해 패션잡지를 봤다. 여성들이 어떻게 꾸미는지 보기 위해서다.

미를 추구하는 여성의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런 노력들 틈에서 유행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여성들의 유행을 쥐락펴락 한 것은 시대이자 역사였다.

이 같은 관점을 잘 보여주는 책이 '렌즈에 비친 중국 여성 100년사'다. 리쯔윈 등 저자들은 근세 100여 년에 걸친 중국 여성 형상의 변화를 수백 장의 사진 자료로 분석했다.

중국 100여년의 역사는 말로 간단하게 정리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흐름을 '여성의 형상 변화'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엮어낸 것은 하나의 도전이고 성취다. 저자들은 수많은 역사의 사건들을 문자로 전달하기보다는 영화 필름을 연결하듯 사진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에서 근대 이전, 즉 만주 청나라 이전의 중국 여성들의 의복은 한낱 천 조각에 불과했다. 하지만 근대 들어 의복은 역사가 됐다. 저자들은 이를 다채로운 역사의 사건들을 집약한 독특한 화보 역사서에서 보여주고 있다. 수백 장의 빛바랜 사진 속에는 시대별 미인의 형상이 어떠했는지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1910년의 문명신장이란 스타일이 유행했던 5·4기, 상하이를 시작으로 전 대륙으로 모던양식이 번져간 1930년대, 항일전쟁으로 곳곳의 화약 내음을 간결한 치파오의 소박한 미(美)로 완화하고자 했던 1940년대.

사회주의 진영으로 돌아간 중국이 계급투쟁을 강조하여 여성들에게 남성상을 요구했던 1949~1965년대, 씩씩하고 전투적으로 보이는 '애무(愛武)'가 여성 치장의 기본 요소였던 문화 대혁명기, 기나긴 10년의 문화대혁명이란 대재난으로 여성의 자아의식과 주체적 인격은 물론 타고난 성별마저 상실되었던 1970년대 초도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억압돼온 자아의식과 개성을 새롭게 인식함에 따라 여성성이 주목을 받게 된 1970~1990년대 초, 21세기 커리어우먼과 신현모양처의 '대립'으로 여성 자아의 충돌이 발생한 1990대에 이르기까지 총 8개 시대 순으로 정리된 여성 형상의 변화는 저자의 섬세한 관찰력과 냉철한 역사 인식이 잘 묻어난다.

흩어져 있던 희귀한 사진자료들을 화려한 컬러 도판으로 복원한 이 책에는 중국 여성들의 의복과 머리 스타일, 얼굴 표정, 몸짓에 드러나는 중국 역사의 부침을 실감나게 조명했다.

'렌즈에 비친 중국 여성 100년사'는 모두 304쪽이며, 가격은 2만3000원이다.

[이투뉴스] [182호] 2011년 02월 23일 (수) 15:37:17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