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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style&] 컴백, 70년대 비비드 패션

넉넉한 실루엣, 화려한 컬러의 보헤미안·히피룩 올 유행 예감
 
‘스타일 달력’에서 1월은 봄이다. 2~3달씩 앞서 트렌드를 가늠하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style&도 마찬가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올 한 해를 지배할 유행 패션을 예측해봤다. 세계 4대 컬렉션을 기초로 삼고, 국내 패션업체와 전문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했다. 결론은 한마디로 ‘70년대로 돌아가라’다.

최근 2~3년째 이어지는 복고풍 열풍에 클래식’이라는 키워드까지 더해지면서 나온 결과다. 이제 넉넉한 실루엣, 비비드한 컬러, 겹쳐 입기 등으로 기억되는 40년 전 패션이 거리를 누빌 태세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트렌드포스트 제공

넓어지고, 올라가고, 화려해지고

올 봄·여름 해외 컬렉션에선 70년대 무드가 런웨이를 장악했다. 화려한 컬러와 넉넉한 실루엣, 자연적인 소재가 돋보인다. 1 마크 제이콥스 2 구찌 3데렉 램 4 엘리타하리

지금껏 스키니진·미니스커트를 즐겼다면 옷장 속을 통째 바꿔야 할지 모른다. 루이뷔통·엘리타하리·구찌·다이앤본퍼스텐버그 등이 하나같이 올봄·여름 컬렉션에서 70년대 복고풍 옷을 등장시켰다.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 종아리를 덮는 맥시 스커트, 밑 위 길이가 길어 허리선이 올라오는 하이웨이스트 바지가 런웨이를 장악했다. 특히 하이웨이스트 팬츠는 70년대 ‘전설의 디자이너’ 입생 로랑의 상징적인 옷. 디자이너들은 여기에 풍성한 블라우스나 홀터넥 상의까지 짝지어 영락 없는 ‘70년대 뮤즈’를 만들어냈다.

컬러와 무늬 역시 선명하고 대담한 70년대풍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코데즈컴바인 김도완 디자인 디렉터는 “특히 부드러운 형광 컬러는 올봄·여름 주목할 만한 색깔”이라면서 “레몬·라임색, 민트 그린, 복숭앗빛 산호색이 딱 그런 예”라고 말했다. 실제 마이클 코어스·프라다·질샌더 등의 컬렉션에선 이보다 화려한 열대 컬러들까지 심심찮게 나왔다. 모두 튀는 색깔이지만 포인트 컬러도 아니었다. 상·하의를 노랑·보라처럼 보색으로 맞춰 입거나, 화려한 컬러들을 블랙과 짝지어 더욱 대비시켰다. 이와 함께 무늬까지 과감해진 것도 올해의 특징. 호피·뱀피무늬(지방시·버버리프로섬)는 물론 에스닉풍 특유의 강한 무늬들(에트로)이 스커트와 드레스에 올라 앉았다. 소재 면에선 광택 있는 실크가 주로 쓰여 화려한 ‘글램룩’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여성스러움 강조한 보헤미안룩

캐주얼 라인에서도 70년대 무드가 되살아났다. 편안하고 자유분방한 ‘보헤미안룩’이 눈에 띄게 늘었다. 데렉램·스텔라매카트니 등은 지나친 가공을 피해 바랜 듯한 데님, 면 소재를 대거 선보였다. 지난해 유행한 돌청·애시드진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올해는 특히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로맨틱 보헤미안룩’이 주목받을 예정. 빈티지풍 잔꽃무늬 원피스나 스커트, 주름장식으로 귀여움을 강조한 점프수트 등이 디자이너마다 빼놓지 않은 대표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전원풍이 옷이 뜰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쿠아의 배은영 디자인실장은 “히피·보헤미안룩의 근원이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전원풍 옷이 유행할 수도 있다”면서 “면 소재 풀스커트에 레이스 블라우스를 짝짓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보헤미안룩의 또 다른 특징은 겹쳐 입기다. 각기 다른 무늬의 옷이나 정장·캐주얼처럼 안 어울릴 것 같은 여러 개 옷을 겹쳐 입어 무심하게 멋을 내는 스타일링을 시도하기에 좋다. 이상기온까지 잦아지면서 기능적으로도 매력적인 패션이 됐다. 이를 반영해 올 시즌엔 레이어드에 효과적인 속이 비치는 메시, 간절기에 겹쳐 입기 좋은 얇은 가죽·스웨이드가 대거 쓰였다.

70년대 패션의 매력은 실용성·합리성

그런데 왜 올해는 70년대로 향했을까. 인터패션플래닝의 이지영 선임 연구원은 “70년대 패션의 실용성과 합리성이 현재의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0년대의 옷은 다양한 믹스 앤드 매치가 가능하면서도 편안한 것이 특징. 또 그 시기에 남녀공용의 유니섹스 패션이 그 시절 정착됐다. 그래서 나이·성별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재의 패션과 일맥상통한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현재 패션의 대세인 스포티즘이 편안함과 자유분방함을 추구했던 당시 히피 패션에 이미 스며들어 있다”며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난해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입생 로랑의 회고전도 영향을 미쳤다.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얻은 후배들의 추모가 다음 컬렉션에 반영된 것. 최근 패션계의 화두 중 하나인 ‘헤리티지(전통과 유산)’을 극대화시킨 것이기도 하다. 몬드리안의 컬러 분할을 원피스에 담았던 입생 로랑처럼 색 배치 한다거나(구찌) 귀여운 핫팬츠 스타일의 점프수트를 만든 것(마크 제이콥스) 역시 그때 그 시절을 회고한 작품들이다. 


TIP  70년대룩 맵시 나게 입으려면

70년대 패션이 유행이라고 런웨이처럼 컬러풀한 옷을 그대로 소화하긴 무리다. 전체적으로 과하게 사용하기보다는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거나 검정·흰색 재킷과 컬러 밸런스를 맞춰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수위를 낮출 것. 또 히피 감성이 담긴 스타일의 경우 키가 작거나 통통한 체형엔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다. 이럴 땐 에스닉한 패턴이나 프린팅·액세서리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히피의 느낌을 연출하는 것이 좋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1.01.05 00:16 / 수정 2011.01.05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