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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삼성패션디자인펀드 수상 美 이민 2세대 임상균씨, 한복의 선에서 영감을 얻다

“오늘의 제가 있게 된 것은 부모님의 열려 있는 마음 덕분입니다. 한번도 제게 ‘노’라고 하신 적이 없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촉망받는 패션 디자이너로 떠올라 제6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가 된 임상균(32·사진)씨는 30일 “부모님은 책임감을 강조하는 대신 새로운 것, 창조적인 것을 시도하라고 밀어줬다”고 말했다. 부모의 이민으로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회사에서 근무하다 패션 디자이너가 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임씨는 “패션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부모님은 격려해줬다”고 밝혔다.

“이민 1세대들의 교육열은 뜨거웠지만 자녀들을 판검사나 의사를 만들기 위해 법대 의대 등에 보내려고 했어요. 부모님은 그러지 않으셨지요.”

임씨의 부모는 열린 교육을 했지만 조국애만은 깊이 심어준 듯하다.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릭 오웬 프래그십 스토어에서 공개한 그의 2011년 봄 여름 옷에는 한국적인 요소가 곳곳에 담겨 있었다. 그는 “이 바지는 한복 바지, 이 재킷의 목선은 한복 저고리에서 영감을 받았고, 이 셔츠의 누빔도 한복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헬무트 랭의 시니어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는 2009년 독립해 남성복 브랜드 ‘시키 임(Siki Im)’을 론칭했다. 도회적이면서도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건축학적으로 풀어낸다는 평을 받고 있는 그는 올 1월 에고 도마니 패션 펀드(남성복 부문)를 수상했다. 이 상은 뉴욕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다.

“SFDF 상금이 10만 달러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상금으로 여성복까지 영역을 넓혀 볼까 합니다.”

그는 시키 임이 남성복임에도 패션 전문지 여성화보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만들 여성복은 여성적인 감성이 훨씬 풍부한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0년 전 부모가 은퇴하면서 귀국해 1년에 한번쯤 고국에 온다는 그는 “우리나라 여성들은 정말 스타일리시하다”면서도 “모두 비슷해 보일 만큼 개성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번 SFDF는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복 디자이너 이정선(32)씨, 파리에 거점을 둔 남성복 디자이너 정욱준(43)씨가 임씨와 공동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3회 연속 수상하게 된 정씨는 “해외 패션계는 테크닉이 좋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면서 “일본 디자이너들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SFDF 수상은 해외 패션계에서 ‘삼성’이라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후원해주는 디자이너로 인식돼 상금 이상의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SFDF는 제일모직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출신 디자이너를 후원하기 위해 2005년 설립했다.

글·사진=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국민일보][2010.11.30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