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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세상에서 하나뿐인 운동화 ‘커스텀 디자인’으로 만든다

‘박태환 신발’ 제작 정유창씨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 3개를 예상했는지 아시안게임 2주 전에 운동화 세 켤레를 직접 주문하더라고요.”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수영 부문 3관왕을 차지하면서 그의 기적 같은 재기만큼이나 관심을 끈 것은 운동화였다. 시상대에 오를 때마다 바뀐 그의 운동화는 크리스털로 장식돼 반짝일 뿐 아니라 태극 마크까지 새겨져 단숨에 이목을 사로잡았다. 화제의 박태환 운동화를 만든 커스텀 디자이너 정유창(웨슬리 정·26·사진)씨를 25일 일산 작업실에서 만났다.

 


◇정유창씨는 옷 색깔에 맞춰 신기 위해 운동화에 페인팅을 하다가 커스텀 스니커 디자이너가 됐다.
이종덕 기자

‘커스텀(Kustom)’이란 기성복을 독창적인 스타일로 재가공하는 것을 뜻한다. 불특성 다수가 입는 기성복은 개성이 없고, 디자이너 맞춤복은 너무 비싸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커스텀 패션이다. 정씨는 시중에 판매되는 운동화에 새로운 원단이나 소재, 페인팅 등을 입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운동화로 재탄생시키는 커스텀 스니커 디자이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문의하기에 매니저인 줄 알았는데 박 선수가 직접 주문했어요. 하나는 태극 마크가 들어가고, 전체적으로 빨간 톤과 파란 톤이 들어간 것 하나씩 했으면 좋겠다고요.”

정씨는 이미 가수 션, 빅뱅, 비, 박재범, 크라운제이, 은지원, 애프터스쿨 등의 운동화를 제작해 업계에서는 유명인사다.

그는 원래 클라리넷을 하는 음악학도였다.

“부모님이 음악원 나오면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게 해주신다고 해서 프랑스 파리의 음악원을 졸업하고는 바로 음악을 관뒀어요. 그런데 막상 할 게 없더라고요.”

옷과 신발 색깔을 맞추기가 힘들어 직접 신발에 페인팅을 해서 신을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았지만, 따로 공부한 적이 없어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던 중 미국 힙합 잡지에서 유명 래퍼들이 신은 커스텀 슈즈를 발견했다.

“래퍼들의 커스텀 스니커 디자인을 하는 팀에 무작정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어요. 제 스케치와 샘플 사진을 첨부했더니 ‘아무 때나 오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무작정 뉴욕으로 향했다. 1년 정도 함께 작업하다 독립해 뉴욕의 패션 거리 소호 편집숍에 샘플과 사진을 들고 돌아다녔다. 실력을 인정받아 제법 큰 편집숍에 그의 단독 코너가 마련되기도 했다. 그리고 블로그에 올린 샘플 사진을 보고 가수 션이 딸에게 선물할 운동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후 별도 웹페이지가 없는데도 가수들의 주문이 밀려들었고, 자신만의 운동화를 갖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도 그를 찾았다.

커스텀 디자이너가 넘쳐나는 미국 등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 커스텀 패션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커스텀 제품만 만들자니 시장성이 없고, 대량 생산하자니 커스텀의 의미가 퇴색되서 고민이 많았어요. 앞으로 신발뿐 아니라 액세서리 등 소품과 무대의상도 제작해 커스텀 영역을 넓히고 해외 아티스트들에게도 제 작품을 입히고 신기고 싶어요.”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세계일보>입력 2010.11.25 (목)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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