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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해양산업과 디자인

[부일시론] 해양산업과 디자인 

/김재명 부산디자인센터원장 
 
부산이 한국의 해양수도를 선포한 지 10년이 되었다. '해양수도 부산'의 선포는 해양을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미래성장의 동력이자 녹색성장의 원천으로 인식한 부산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최근 부산시는 해양산업을 선점해 나가기 위해 다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해양산업육성조례를 제정했고, 올 2월에는 해양산업 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했으며, 최근에는 해양산업육성 종합계획 수립을 준비하는 등 글로벌 해양중심도시로 도약하려는 정책들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다.

바다와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

부산은 세계 1위의 조선 관련 인프라와 전문기관들이 집적되어 있는 명실상부한 미래지향적 해양산업의 거점임에 틀림없다. 또한 서쪽으로는 중국, 동으로는 일본, 태평양 건너에는 미국을 끼고 있는 천혜의 해양벨트를 가지고 있는 만큼 부산이 가지는 해양산업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바다가 영토, 혹은 산업 활동의 공간으로 인식되던 시대는 지났다. 이미 바다는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해양에너지, 해양광물자원, 해양식량자원, 해양 바이오, 해양 관광 및 레포츠 등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새로운 개척지로서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해양산업은 국내 조선산업이 가진 기술력 이상의 부가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이미 전자와 자동차의 디자인 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선도적인 디자인 파워를 인지하고 있지 않은가? 기술기반 산업과 관련한 타 분야의 디자인 기여도에 비해서 조선 분야의 디자인 기여도는 현저히 낮은 편이어서 세계 열강들과의 경쟁력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해양산업과 디자인 기술 및 첨단기술의 융합이 급선무다. 국제유가 및 재료원가의 급등, 빠른 기술발전과 높아가는 환경규제, 저가를 바탕으로 한 후발개도국들의 발 빠른 추격 등 이미 한계에 달한 가격 경쟁력을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경쟁력 확보 수단은 바로 디자인이다.

해양디자인은 매우 폭넓은 개념이다. 기술, 기능, 창의성, 심미성을 한데 합친 이 시대의 총아가 바로 디자인이다. 해양디자인은 이 같은 디자인의 원리와 힘을 조선, 크루즈선과 레저보트, 수산업, 관광레저, 선용품, 패션, 건축, 경관공학 등 바다와 관련된 영역에 결합시켜 부가가치와 공공성 그리고 미적 성취도를 모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분야다.

부산디자인센터도 지식경제부 '동남권 디자인 거점센터'로 지정돼 해양디자인거점센터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해양디자인협회와 영남씨그랜트사업단 등에서도 해양디자인 관련 세미나 및 연구사례들을 발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디자인 시장 규모가 세계경제의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해양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모든 활동이 디자인과 연계 발전되어야 한다는 게 공론이다.

'이제 기술력만 갖고는 안 된다. 중요한 건 디자인의 힘이다'라는 명제가 우리 사회에서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런 인식의 토대 위에 부산이 명실상부한 '해양수도'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그동안 축적된 하드웨어적 기반 위에 소프트웨어적 기반이 보태어지는 것이 시급하다. 디자인과 연계한 해양산업 연구개발기반의 조성, 해양디자인 관련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해양디자인 정보의 수집과 확산, 네트워크 구축과 운영 등 세계 각국의 해양 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는 디자인기반 해양산업 환경조성이 우선이다.

해양디자인 시장, 세계경제 규모 18% 전망

또한 지방정부 차원의 디자인 활용 유형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고, 기업 차원의 디자인 경영인식 제고 및 디자인 인력 채용을 포함한 디자인 투자 확대, 관련 기관 및 대학이 연계한 체계적인 정보 제공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갈 때, 해양산업과 디자인이 제대로 융합되고, 해양수도 부산은 비로소 경제, 문화적으로도 손색없는 세계도시로 자리 잡아 갈 것이다.

크루즈선 한 척이 10억 달러라면, 그중 절반이 인테리어 디자인 비용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배로 여행하는 즐거움만큼이나 그 배가 가진 디자인을 누리고 싶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단편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디자인은 결국 기본적인 해양산업이 창출하는 가치를 배가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부산일보 | 14면 | 입력시간: 2010-06-30 [10: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