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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디자인권` 출원 체질화 하자

[DT 광장] `디자인권` 출원 체질화 하자
우종균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열기가 연일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신문ㆍ방송 등 매스컴은 평소 잘 알지 못하던 아프리카 서남단에 위치한 나라, 남아공의 도시 구석구석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반가운 것은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남아공에서 우리나라의 가전제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며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 제품의 디자인을 베낀 짝퉁들도 활개쳐 우리 기업의 골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기술경쟁력 못지 않게 디자인 경쟁력도 외국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 개발 열의에 비해 디자인 관리와 보호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것 같다. 디자인은 제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성능 못지 않게 고려하는 것이 주요 요소이면서 기술에 비해 카피(Copy)가 쉬운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디자인은 개발에 들어간 노력에 못지 않게 관리하고 보호하는데 신경을 써야한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 나와도 한달 이내에 비슷한 제품이 어느 나라에서 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개발하고도 보호에 소홀하면 짝퉁으로 인해 유무형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장난감을 생산하는 국내 한 중소기업은 2007년부터 미국시장에 자사 장난감 수출을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 이 회사 장난감과 똑같은 짝퉁이 훨씬 더 싼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들어와 팔리기 시작했다. 결국, 이 회사는 미국시장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 디자인권을 출원했어야 했는데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시기를 놓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반대로 사전에 디자인 보호책을 마련해 대응한 기업도 있다. 국내 한 유명 필기구 제조업체는 새로운 중성 펜을 출시하면서 짝퉁을 만들어 유통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미리 디자인권을 출원해 놓았다. 얼마 안돼 이 회사의 필기구 짝퉁 제품이 반값으로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했지만 대비해 놓아서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해당국 정부에 디자인권 침해를 이유로 위조상품 단속을 신청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침해 행위의 중지, 손해배상, 사죄 광고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대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좋은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디자인의 권리 확보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특허권, 상표권과 마찬가지로 디자인권은 출원, 등록 등으로 권리를 획득한 해당 국가 내에서만 효력이 발생하는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해외진출은 물론 국내 유통 시에도 이를 고려한 디자인권 보호전략을 써야한다. 또 디자인 개발이 완료되었으면 제품 출시 전에 디자인권을 확보해 놓는 것이 좋다.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6개월이 지난다면 신규성을 상실해 등록 받을 수 없도록 제도가 되어있는 것이 세계적으로 공통된 사항이다. 특허청은 올해부터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상표권과 디자인권의 확보와 보호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 11개 지역지식재산센터에 경험이 풍부한 브랜드와 디자인 컨설턴트를 상주시키고 지역 중소기업을 돕고 있으며, 또한 중소기업의 브랜드ㆍ디자인경영 실태를 진단하고, 권리화 상담과 더불어 각 기업에 알맞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법과 제도를 몰라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자는 취지이다. 디자인은 개발했다고 끝이 아니라 그것을 출원, 등록하고 보호하려는 일련의 법적 노력이 이어질 때 비로소 결실을 보게 된다.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디자인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의 관리에도 반드시 신경을 써야만 하는 것이다. 사전에 상표권이나 디자인권 출원으로 안전장치를 해놓아야 짝퉁 제품이 바로 출시되는 것이 두려워 박람회나 전시회 같은 좋은 마케팅 기회에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을 꺼리는 아이러니(?)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타임스 | 입력: 2010-06-29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