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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디자인 리더는 ‘다른 세상’창조할줄 알아야”


■ 영국왕립예술학교 마일스 페닝턴 교수

시장 전략부터 마케팅·기술·사회·정책까지 다 꿰야
혁신 일으키는 기본은 ‘이건 왜그럴까’하는 호기심

“혁신은 배울 수 있다(Innovation is learnable).” 세계 최고 디자인 학교 중 하나인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RCA) 교수진이 방한, 국내 디자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워크숍을 실시했다. 1837년에 설립된 영국왕립예술학교(RCA)는 예술ㆍ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보유한 대학원으로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 제임스 다이슨 다이슨사 회장 등을 배출했다. 이번 워크숍에 참가한 디자인 진흥원 소속 학생들은 RCA에서 운영하는 석사과정인 IDE(Innovation Design Engineering) 프로그램을 실제로 체험했다. 지난 22일 서울교육 문화회관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던 마일스 페닝턴(Miles Penningtonㆍ사진) 영국왕립예술학교(RCA) 교수를 만나 창의적인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과 혁신적인 디자인 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 혁신 디자인 공학(Innovation Design Engineering)이란 용어가 특이하다. 어떤 의미인가.

▶ 혁신 디자인 공학(Innovation Design Engineering)은 전에는 산업 디자인 공학으로 불렸다. 산업 디자인은 엔지니어와 관련 공학을 위한 디자인 분야였다. 그러다가 지난 10년간 학생들의 활동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그 범위가 시스템 디자인, 소프트웨어 디자인, 사회적 기업 등으로 확장됐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산업 디자인이란 용어가 적절하지 않게 됐다. 혁신이 훨씬 넓은 범위이고 21세기에 적합한 용어라고 판단했다. 이 과정의 목적도 학생들이 어떻게 창의성을 발휘할지 가르치고 창의성에서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 창의적인 디자인은 현실에서 통하지 않을 때가 많지 않나.

▶ IDE 과정에서 하는 모든 활동은 현실 세계와 연결돼 있다. 우리는 환상에 근거한 제품에는 관심이 없다. 학생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원형으로 만들어서 자신의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다음달에 나올 휴대폰 디자인보다는 내년이나 향후 5년 후에 나올 제품에 관심이 많다. 5년 후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등이 관심을 두는 프로젝트다.

-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려면 협업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인 협업을 하도록 가르치나.

▶ 학생들이 허브 센터 역할을 맡아서 비즈니스, 공학, 디자인의 다른 언어를 이해하도록 가르친다. 자신이 디자인 외교관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다른 학문, 경험, 배경,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친숙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왜냐하면 디자인, 혁신은 모두 관계와 연결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 디자이너가 다른 분야의 학문까지 공부해야 하나.

▶ 내 생각에 디자인 분야는 학업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다. 최근 들어 이런 통념은 완전히 사라졌다. 20년 전만 해도 디자인은 새로운 제품을  스타일리스틱하고 조직화해서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현재는 디자이너가 시장 전략, 엔지니어링, 첨단 기술, 마케팅, 비즈니스까지 이해해야 한다. 또한 과학 분야에서 어떤 새로운 돌파구가 나오는지도 알아야 하고 기술, 사회, 정책도 알아야 한다. 물론 모든 학생이 모든 것을 다 알 순 없겠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과목들을 공부해야 한다. 디자인 전공 학생들은 공부는 잘 못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옛날이야기다.

- 그래도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은 중요하지 않나.

▶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더욱 중요한 것은 창의적,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전통적인 산업 디자인에서 요구하는 외형과 관련된 드로잉, 렌더링, 컴퓨터 모델링은 요즘에는 일상화됐다. 그런 것은 툴을 사용하면 된다. 진정한 디자이너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세계를 바라보고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다른 세계를 창조할 수 있어야 리더가 될 수 있다.

- 창의적인 디자이너가 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은.

▶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디자인과 혁신에 창의성을 공급하는 요소는 호기심이다. 항상 스스로에게 왜? 어떻게? 무엇을? 언제? ~를 질문해 보기 바란다. 어떻게 이게 작동할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호기심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혁신가의 자질이다.

- 한국학생들에게 발견한 특징이 있다면.

▶ 영국에서 보기 힘든 현상 중 하나는 한국 학생들이 상당히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데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번주에 학생들에게 상당히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이건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우리는 상상적인 아이디어는 원하지 않아” 등이었다. 내가 학생들에게 원하는 것은 그 정반대다. 우리는 학생들이 “현실은 엉망진창이야. 우리가 세계를 발명해 보자”라고 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 별을 목표로 잡으면 달에 갈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목표를 높게 잡지 않으면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한국 학생들이 큰 목표를 세우고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큰 수확을 거두기 바란다. 큰 생각을 하는 데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웃음).

- 혁신을 빨리 배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현재 세계를 보면 구세대가 신세대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것을 주저한다. 나는 젊은 세대가 구세대가 가진 모든 경험과 지식으로 자신들을 최대한 빠르게 채우기 바란다. 젊은 세대에게 구세대의 지식과 경험을 직접 가르치면 맡은 일을 빠르게 잘해낼 수 있다. 왜냐하면 신세대는 창의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고 열린 사고를 한다. 다만 신세대에게 부족한 면은 경험이 가져다주는 비판적인 사고다. 비판적인 사고는 때로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혁신 교육을 제공하면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포커스신문사 | 글 이동호 기자·영상 이철준 기자 2011-07-27 00:3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