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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독창적 디자인…한국 애니 세계 최고죠

■ ‘AFF 2011’ 참석 영국 원패밀리社 올리비에 뒤몬트 이사

스토리 전달은 미흡…美·유럽과 공동제작 방식 효과적
유아는 ‘감성지능’·7세 이상 ‘환경’ 프로그램이 트렌드

지난 19일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아시아 애니메이션 포럼 2011(AFF: Asia Animation Forum 2011)’이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번 포럼에서 10여명의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은 아시아 애니메이션 산업의 교류 협력과 투자 및 공동제작 활성화를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서 특히 눈길을 끈 인물은 영국 엔터테인먼트 원패밀리 올리비에 뒤몬트(Olivier Dumontㆍ사진) 이사였다. 그는 15년간의 애니메니션 배급,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피칭 클리닉’에서 150명의 청중에게 글로벌 투자자들을 사로잡는 애니메이션 피칭 노하우와 스킬을 전수했다.

-애니메이션 피칭에서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을 피치 초반에 투자자들에게 빨리 말해야 한다(You have to make sure to express your unique idea very quickly to investors in the beginning of the pitch). 매우 기본적인 얘기로 들리겠지만, 실제로 피치를 듣고 나서도 ‘이 사람의 특별한 아이디어가 뭐였지’라고 묻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콘텐츠 개발자들이 피치 과정에서 캐릭터 소개에만 집중하고 정작 중요한 아이디어나 스토리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원패밀리에 대해 소개한다면? 북미와 유럽에 비해서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가족용 TV 시리즈와 영화의 제작, 배급, 홈 엔터테인먼트, 라이선싱, 머천다이징 등 가족용 콘텐츠를 전문으로 다룬다. LA, 토론토, 런던, 파리에 제작팀이 있고,  디즈니, 니켈로디언, 카툰네트워크를 통해서 전 세계에 190개국에 배급한다. 대표 작품은 페파 피그(Peppa Pig)로 2010년 영국에서 약 3천억원의 상품판매를 기록했고 가장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도 선정됐다. 직접 제작을 하기도 하지만 제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주로 공동제작을 많이 한다. 히트 작품의 반을 소유하는 것이 실패작의 전부를 소유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의 애니메이션에 대해 평가한다면?

▶한국의 애니메이션을 주로 아웃소싱만 하는 서비스 스튜디오에서 이제 흥미롭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 애니메이션 퀄리티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와 있다. 캐릭터와 디자인도 매우 독창적이다. 그러나 스토리 전달의 디테일한 부분에서 유럽이나 미국의 시청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주로 방송사의 ‘기준과 실행(Standards and Practices)’과 관련된 부분인데 이는 사회적, 윤리적 책임과도 이어진다. 유럽의 경우 특히 7세 이상의 아동들이 보는 만화 내용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 직접적인 신체 타격이나, 성냥놀이 등 아이들이 모방할 수 있는 장면은 방영될 수 없다. 내가 어릴 적 보던 만화에도 타격은 빈번했지만 당시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이제는 윤리적 기준이 훨씬 높아졌다(But the ethical standards are much greater now than they were in the past).

-이러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은? 

▶대본은 유럽과 미국에서 맡고, 그 외 나머지 부분들, 즉 아이디어 개발, 애니메이션, 디자인 등 모든 창조적인 공정은 한국에서 이뤄지는 공동제작 모델로 가능하다. SAMG, FullyFlux, 시너지 미디어 등의 회사가 대표적인 예다. 공동제작은 이제 시대적 요구다. 펀딩소스가 전 세계적으로 고갈되고 있다(Sour ces of funding are drying up around the world). 이 때문에 그동안 자체 제작만 해오던 미국과, 일본의 제작사들도 최근에 들어서 공동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유럽 애니메이션의 콘텐츠 트렌드는? 

▶미취학 아동의 경우,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중시하는 내용의 프로그램들이 많다. 매우 똑똑하지만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해서 성공하지 못하고 덜 똑똑하지만 뛰어난 상황 적응력, 사교성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감성지능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7세 이상의 아동 대상으로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리즈가 많이 방영되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방영해 왔다. 사실 환경 시리즈는 이제 유럽에서 포화상태에 이르러 방송들이 추가 방영을 거부할 정도다. 또한 방송사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액션 어드벤처 시리즈의 인기가 추락했다. 아이들이 일단 결말을 알고 나면 재방송 시청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성공하는데 필요한 능력은?

▶내면의 동심과 화합하면서도 구상하는 모든 것들을 실제 아이들에게 검증받으려고 해야 한다(You need to be in touch with your inner child, but make sure that you try to test everything that you think on real kids). 요즘 아이들은 콘텐츠의 포화 속에 살고 있다. 내가 자랄 때 프랑스에 1~2개에 불과하던 만화채널이 이제 20개에 달한다. 지금은 독창적인 콘텐츠만 경쟁력을 가진다. 제작펀딩도 많이 줄었고, 방송국들도 TV저작권에 덜 지불하려고 하기 때문에 TV 말고도 DVD, 인터넷, 비디오게임, 스마트폰, 머천다이징 등 다양한 분야를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

[포커스신문사 | 글 최정훈 기자·사진 장세영 기자·영상 석진홍 기자 2011-07-22 00: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