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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컴퓨터 그래픽 영화史⑥-슈퍼컴퓨터의 참여

하지만 '트론'은 높은 할리우드의 담벼락에 작은 구멍을 내놓은 셈이다. '트론'은 영화 산업의 발달에 있어서 기술 부문의 르네상스 시대를 알리는 종소리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트론'이 만들어 놓은 작은 구멍으로 2명의 사람이 들어갔다.

이들은 다름 아닌 특수 효과 분야의 선구자인 존 휘트니의 아들 존 휘트니 2세와 뛰어난 프로그래머인 게리 디모스였다. 그 둘은 트리플I에 함께 근무하다가 그 회사가 '트론'을 시작하기 직전에 독자 회사인 디지털 프로덕션을 세워서 독립해 나간 사람들이었다.

CGI의 영상파에 속했던 디지털 프로덕션은 대단한 야망을 품고 만든 '트론'의 영상보다 700배나 복잡한 영상을 그려낼 수 있는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계산기인 크레이를 보유했고 이후에는 개량형인 크레이 X-MP를 갖추게 됐다.

▲크레이 X-MP는 진정한 슈퍼컴퓨터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휘트니는 1981년부터 TV 및 영화 제작 스튜디오인 로리머에서 영화 개발 및 구입 담당 부사장 직을 맡고 있던 친구 미구엘 테제다 플로어스와 그러한 영화에 대해서 쭉 의견을 교환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할리우드 주변에 나돌고 있던 영화 대본 중에는 휘트니가 마음 속에 그리고 있던 특수 효과에 적합한 줄거리, 배경, 관중들에 대한 호소력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 없었다.

디지털 프로덕션이 간판을 내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테제다 플로어스가 휘트니를 찾아와 로리머의 대본 담당이 그럴듯한 작품 하나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괴멸의 위기에 처한 행상 연합군을 구출하기 위해 특별히 초빙해 온 젊은 비디오 게이머의 이야기를 담은 '라스트 스타파이터'라는 작품이었다.

휘트니와 디모스는 회사에 최초의 컴퓨터가 설치되기도 전에 그 스튜디오와 협상을 시작했다. 그런 종류의 영화에는 무엇보다도 컴퓨터 영상이 중요한 요소였지만 휘트니는 리스버거가 '트론'에서 범한 것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따라서 '라스트 스타파이터'에서는 스토리가 최우선으로 고려됐다.

▲영화 스타파이터에 등장하는 건스타.

휘트니 2세는 특수 효과란 어디까지나 스토리의 전개를 보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특수 효과는 그 자체로서 존재의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야외 촬영에서처럼 하나의 배경 역할을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큰 작업은 '건스타'라는 이름이 붙은 우주 전투기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 전투기를 만드는 첫 단계는 방안지 위에 세부 설계도를 그린 다음, 제작 초기에 사용하고 있던 VAX11/782 대형 컴퓨터에 위치를 좌표화하여 입력시키는 것이었다.

디지털 프로덕션의 설계사 론 코브는 "초기 단계에서는 기본 기하 도형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핸디캡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을 했다. 그러나 코브와 컴퓨터 인코딩 팀은 점차 일에 익숙해졌고 디모스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던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냈다.

그 결과 더욱 세밀하게 그래픽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로리머의 승인을 받은 디지털 프로덕션 샘플로 시작된 그 전투기는 최종적으로 75만 개의 폴리곤으로 이뤄졌는데 그것은 30명이나 되던 인코딩 팀이 거의 3개월에 거쳐 만든 것이다.

이형수 객원기자 news@ebuzz.co.kr | 201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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