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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컴퓨터 그래픽 영화史⑤-값비싼 영상의 대가

1982년 7월에 마침내 '트론'이 개봉됐다. 105분짜리 필름 중에서 순수하게 컴퓨터만으로 만들어낸 영상은 15분 정도의 분량이었고 컴퓨터 그래픽과 실제 행동을 결합시킨 영상이 15분 정도 들어있었다.

주연 배우들의 모습을 아무론 색깔도 들어 있지 않은 배경을 바탕으로 촬영한다. 그러면 각 프레임의 대부분은 빈 여백으로 남는다. 여기에 컬러와 컴퓨터 영상을 더한다.

그것은 필름의 프레임 하나하나마다 일정 부분은 색이 가미되지 않게 가리고 다른 부분에만 색이 들어가게 하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하는 매우 지루하고도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경비를 절약하려고 대만으로 옮겨 그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 하나를 제작하는 데는 예산을 훨씬 초과해 약 2,000만 달러의 경비가 들었다.

▲트론은 그래픽 완성도에 비해 시나리오가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론'이 할리우드에서 낙제점을 받은 이유는 막대한 경비도 한몫했다. 물론 많은 돈을 들여 제작한 영화라고 하더라도 매표소에서 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면 제작자들은 크게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트론'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영상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와 주인공의 개성이 살지 않는 약점이 있어 혹평을 받았다. 리스버거는 당시로서는 첨단의 영상이라는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스토리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실패의 요인을 찾았다.

즉 이 영화는 줄거리보다는 기술적인 면에 치중한 나머지 치명적인 결함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흥행 참패와는 별개로 이 영화가 이후 많은 할리우드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컴퓨터 그래픽의 상업적인 발전에 초석이 됐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트론'이 흥행에 실패하자 할리우드는 당시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태도를 취했다. 한편으로는 컴퓨터 영상에 큰 기대를 걸고 스튜디오의 문을 열었던 소규모의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들은 좌절했다.

그래서 이런 회사들은 거의 모두 문을 닫게 된다. 트리플I 역시 그래픽 연상 장치를 팔아 넘겼고 이들 대부분은 TV 분야로 되돌아갔다. 오히려 TV 제작진들이 광고를 통해서 보이는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형수 객원기자 news@ebuzz.co.kr | 20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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