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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삼성전자, 디자인 전략 전면 수정한다

애플 공세 계기.. 콘텐츠 집중·디자인리더십으로 맞선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 소송을 계기로 디자인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장동훈 삼성전자 디자인센터 디자인전략팀장(전무)은 "앞으로 사용자들이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한 행사장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애플 아이폰과 디자인 소송이 벌어졌듯 제품 외관 디자인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디자인 전략의 초점을 '조형 디자인'에서 '인터페이스(UI) 디자인'으로 이동했는데 이 두가지를 아우르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는 단계에 왔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의 주도권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로 옮겨가는 추세에 따라 콘텐츠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장 전무는 "TV의 경우 앞으로 화질과 함께 스마트TV의 콘텐츠 활용이 중요해진다"며 "이를 위해 TV 디자인은 테두리를 거의 없애고 모니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초점을 콘텐츠 집중도에 맞추는 한편 제품 개발 단계에서 디자인 리더십을 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처럼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도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한 소프트웨어 분야와 함께 특별 채용 방식으로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디자인센터와 차세대 디자인연구소 등 디자인 관련 조직의 기능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사물을 바라보는 출발점이 다른데 본능적인 직관을 갖고 잠재적인 가치를 발굴하는 데 디자인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삼성전자 역시) 큰 방향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전략수정은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애플과 승부를 펼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디자인 전략에 손을 댄 것은 애플의 디자인 특허 공세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동안 무선통신이나 모바일 칩 등 하드웨어 부품에서 애플에 우월한 경쟁력을 자신했던 삼성전자 내부에선 애플의 공세 직후 당혹감과 함께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애플이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미국 하와이를 기습 공격한) 진주만 폭격처럼 (공격을) 퍼부었다"고 비유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이 오랜 시간 치밀하게 많이 준비해온 것 같다"며 "(디자인 관련) 그런 것이 전략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했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너무 나이브(순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입력 : 2011.10.2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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