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무 AG디자인 대표
21세기 한국은 정보기술, IT산업, 자동차, 조선을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괄목할만한 성장 이면에는 기업의 피나는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한국인의 열정이 있었다. 그러나 그 외 산업, 특히 패션산업에 대한 인식은 아직 선진국으로부터 격차를 스스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과연 이러한 인식은 적절한가. 물론 소재 부분에서 외국 생산기술이 앞선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인 의류산업 종사자의 능력 등 솔루션이 결코 외국에 밀린다고 볼 수는 없다.
휠라나 MCM은 한국지사가 외국본사를 인수했고, 국내에 판매하는 일부 라이선스브랜드는 오히려 본사에서 국내 벤치마킹 혹은 역수입을 검토하는 상황이며, 일부 외국브랜드는 한국의 파트너로부터 많은 양의 상품을 사간다. 이는 한국의 패션산업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권에 대한 외국 브랜드들의 테스트마켓으로, 한국인의 패션에 대한 감각은 이미 검증된 시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아직 한국 패션이 거의 진출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세계를 무대로 진출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첫째, 백화점에 종속된 유통망에 대한 정부의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 20여개 브랜드를 전개하는 국내 모 대형 패션회사의 백화점 판매 비중은 60%대지만, 50%대의 고수수료로 그중 4~5개 브랜드만이 흑자를 기록할 뿐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백화점 측의 요구에 적자가 예상되는 매장을 어쩔 수 없이 유지해야 한다. 시즌이 끝난 뒤 재고까지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구조에서는 흑자가 생존목표가 되고 외국 진출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최근 공정위에서 롯데백화점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나 백화점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외에도 여러 형태로 패션회사에 비용을 전가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전반적인 현상 파악과 함께 적정한 수준의 비용 지불로 백화점 영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정부가 민간전문가를 고용해 해외 현지 시장개척을 지원해야 한다. 이미 중국시장 개척 시 많은 회사가 시행착오와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려면 현지 패션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의 적절한 조언을 통하여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백화점은 외국 명품브랜드에 저렴한 수수료를, 국내 기업에는 높은 수수료를 받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시장이 검증된 지역에 백화점을 개점하여 가두상권을 뺏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
또한, 외국브랜드의 국내 판매보다는 국외 시장 개척에 앞장서야 한다. 우선 한류문화로 한국을 동경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백화점을 개점하여 국내브랜드의 국외 진출의 첨병이 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패션회사들은 외국브랜드를 도입하여 백화점에 입점하면 어떻게든 운영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자체브랜드 이미지 향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외국브랜드에 로열티를 지출하기보다는 과감한 M&A를 통해 외국브랜드를 인수하고 국내브랜드의 해외시장 유통망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중국, 베트남 현지생산으로 저가생산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국내생산과 기술개발로 품질을 높여 세계적 패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가로 승부하는 제품의 개발은 외국에서의 성공을 담보하는 관건으로 꾸준한 기술력 축적에 힘써야 할 것이다.
다섯째, 소재산업육성을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가죽가공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이탈리아 등에 기술자를 연수하거나 국내로 초청하여 가공기술을 향상시켜야 한다.
아울러 화학섬유공업에 대한 전문가를 육성해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소재 원단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에도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기사입력 2011.04.18 (월)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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