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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신간안내]‘철가방’ 등 디자인에 얽힌 사연

[잠깐독서] 이정연 기자   

» 생활의 디자인 

디자인 경영, 사용자경험 디자인 , 디자인 서울…. ‘디자인’이 붙는 말의 향연은 끝이 없다. 그러나 거꾸로 그 사이 우리 곁의 디자인은 저만치 달아나 있다. 디자인의 어원은 라틴어의 ‘데시그나레’(designare). ‘표현하다’라는 뜻이다. 실체 없는 것을 표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디자인은 허공의 무엇인가가 아니라, 이 땅에 발 딛고 있는 것이다.

오창섭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등 디자인 전문가 14명이 쓴 <생활의 디자인>은 생활 속 디자인을 간결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오늘의 디자인’으로 인기 높았던 코너에 연재한 글들을 모았다.

책은 사진이나 영상기술이 아우라(예술 작품에서 풍기는 고고한 분위기)를 무너뜨리고,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발터 베냐민의 이론은 디자인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오 교수는 ‘흔적’을 내세운다. “흔적의 지각 방식은 디자인을 일상의 문제로 보고 ‘저기’가 아닌 바로 ‘여기’에 자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베냐민의 입을 빌려 새로운 디자인 지각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소개하는 디자인 아이콘들은 우리에게 정말 친근한 것들이 이어진다. 제작 시기 미상의 중국음식 배달용 ‘철가방’부터 2010년 태어난 수제 스포츠카 ‘스피라’까지 우리의 생활 속 36가지 디자인 제품에 얽힌 사연을 읽다보면 때론 놀라고 때론 애잔해진다. 애잔함이라니? 처음으로 소개되는 ‘철가방’이나 ‘이태리 타월’ 등의 사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무심했던 게 떠올라 미안해지는 기분이랄까. 오창섭 외 지음/현실문화·1만3500원.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기사등록 : 2011-04-15 오후 08: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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