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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사물과 사람 사이]쓸데없는 디자인

세상엔 마구 넘치되 제대로 쓰이지 않는 말이 많다. 진실·정의·복지·환경·생태·웰빙 등은 처한 입장에 따라 개념부터 해석까지 너무 다르게 쓰니 필시 다른 말일 것이다. 전혀 관계없는 것에 멋져 보이는 단어만 갖다 붙여 생뚱맞게 만든 말도 많다. 이를테면 전국에 넘치는 ‘명품도시’라는 말이 그렇다. 도시란 사람이 살기 좋아야 하는데 팔아먹기 위한 건물을 짓느라 법석을 떨며 말로만 명품이라니 어이가 없다. 명품을 도시 앞에 놓은 발상은 지독한 말의 우격다짐이다. 여기저기 ‘제 논에 물 대기’식의 억지가 넘치는 세상에 분야 가리지 않고 끼어드는 디자인이란 말도 그 중 하나다. 본디 디자인이란 합리적 이유와 목적에서 출발하는 실용적이며 창의적 행위를 이른다. 장삼이사가 다 말하지만 정작 디자인은 우리 삶에 찰싹 붙지 않고 주변을 겉돈다. 좋은 디자인은 일상을 윤택하게 하지만 쓸데없는 디자인은 시각공해다. 그럴 땐 디자인이라 하지 말고 장식 아니면 치장이라 함이 옳다. 무덤에도 다 핑계가 있는데 디자인에는 이유 없는 것이 많다. 한마디로 재료 낭비다. 그냥 만든 것을 대충 보자니 맥 빠지고, 생각하며 보자니 어이가 없다.

이일훈|건축가입력 : 2011-04-11 19:55:35ㅣ수정 : 2011-04-11 19: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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