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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style&] 그냥 ‘추리닝’이라 부르면 섭하죠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패션 트레이닝복’ 떴다

아직도 트레이닝복을 ‘백수 패션’으로 여긴다면 시대착오다. 트레이닝복은 이제 대충 입는 옷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들은 너나 없이 운동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고, 페이스북 대표인 마크 주커버그는 올 다보스 포럼에서 트레이닝복 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나왔을 정도다. 최근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남자 주인공(현빈 분)이 반짝이 호피무늬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패션 트레이닝복’이 뜨는 건 우리네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집 근처 가까운 거리를 나갈 때도 멋을 부려야 할 일이 많아졌다는 것. 이를 반영해 이미 시중에도 일상복보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질 좋은 소재와 세련된 컬러는 기본. 유명 디자이너들의 손길이 닿으면서 ‘추리닝 쿠튀르(맞춤복처럼 고급스러운 트레이닝복)’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디자이너가 만든 운동복

‘반짝이 트레이닝복’이 드라마 속 의상만은 아니다. 디자이너 제러미 스콧은 이번 시즌 아디다스와 손잡고 옷 전체에 스팽글을 단 연미복 스타일의 운동복을 내놨다(사진1). 호피무늬도 트레이닝복에 들어왔다. 단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해 워커 부츠와 짝지을 것(사진2).“이탈리아 장인이 한땀 한땀 손으로 제작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자신의 트레이닝복을 이렇게 자랑한다. 수작업은 아니어도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은 2~3년 전부터 고급 트레이닝복을 만들어 왔다. 올해 존 갈리아노는 허리 부분에 팬티 밴드를 일부러 덧댄 트레이닝바지를 디자인했고, 라프 시몬스도 지퍼 대신 특이한 금속 버클을 단 후드 티셔츠를 선보였다. 틀에 박힌 디자인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였다. 소재도 캐시미어·모직·패딩 등으로 만든 제품이 등장했다.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을 해결하는 대안인 셈이다.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는 건 스포츠 브랜드도 마찬가지. 아디다스는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과 스탤라 매카트니 등을 협업 파트너로 삼았다. 특히 제레미 스콧은 옷 전체에 반짝이는 비즈를 박거나 레이스로 덮은 ‘작품’을 선보였다. 스탤라 매카트니도 여성복에서 유행한 ‘파워숄더(각지게 솟은 어깨)’를 운동복에 옮겨오는 재치를 보여줬다. 푸마는 지난해 알렉산더 매퀸에 이어 올해는 국내 디자이너 최범석과 손잡았다. 최씨 특유의 원색의 무늬를 트레이닝복에도 함께 담았다. 이처럼 ‘패션 트레이닝복’이 앞다퉈 나오면서 일반 패션브랜드까지 ‘범트레이닝복’을 내놓고 있다. 후드 집업점퍼는 이미 기본 아이템이 됐다. 여기에 허리와 밑단에 고무밴드를 넣어 만든 바지(카이아크만), 레깅스와 반바지를 하나로 붙인 새로운 운동복(후부) 스타일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집 근처에서 멋내는 라이프 스타일 반영

서스펜더가 달리거나 원색으로 눈길을 끄는 트레이닝복이 시중에 속속 선보이고 있다(사진3, 4).‘현빈표 트레이닝복’은 브랜드가 아닌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만들었다. 백화점 사장이라는 최상류층답게 브랜드 제품보다 더 고급스럽고 화려한 운동복이 필요했던 것. ‘패션 트레이닝복’이 뜨는 이유도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집 근처에서 즐길 일이 많아지면서 이른바 고급스러운 ‘원마일 웨어(onemile wear 집근처 가까운 곳에서 입을 옷)’가 필요해졌다”는 게 트렌드 전문가 그룹 에이다임의 한선희 수석컨설턴트의 설명이다.

걷기·자전거타기·요가 등 가볍게 집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웰빙’ 활동이 많아진 것이 대표적. 거기에 주말 브런치 같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등장하면서 편안하면서도 멋을 낸 ‘제3의 패션’이 필요해졌다. 또 출퇴근에 제약받지 않는 전문직과 프리랜서들의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패션 트레이닝복’의 수요도 점점 늘어났다. 과거 ‘원마일 웨어’가 장을 보러 갈 때나 옆집에 들를 때처럼 아무렇게나 입던 옷이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단품 따로따로 입고 믹스앤매치

“트레이닝복은 단품으로 멋을 내라.” 박만현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이다. 단 고무줄 바지는 헐렁하고 후즐근한 모습을 없애는 게 핵심. 이럴 땐 발목에 워머를 덧신거나 서스펜더를 더하는 등 액세서리를 활용해 보자. 마른 체형이라면 엉덩이가 처지고 종아리가 좁아드는 배기형 바지를 골라 펑버짐한 느낌을 줄여도 좋다. 트레이닝복으로 좀 더 튀고 싶을 땐 레깅스 위에 반바지를 걸칠 것. 요즘 유행하는 노르딕 패턴의 레깅스는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포인트가 된다. 트레이닝복이라고 운동화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요즘 유행하는 워커부츠는 색다른 멋도 나지만 발목이 좁아들면서 전체적으로 옷차림이 처지지 않도록 막아준다.

집업 점퍼는 아예 패턴이 화려하게 들어가거나 아무것도 없는 게 낫다. 검정·감색이 아닌 원색으로 고르되 가슴과 양 옆에 다른 컬러로 배색한다든지, 어깨와 소매에 걸쳐 선을 넣는 전형적인 운동복 디자인은 피한다. 자주 입는 청바지 대신 코듀로이 바지를, 패딩 점퍼 대신 라이더 재킷을 걸치면 좀 더 고급스럽게 보인다.

촬영협조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바이오리지널스(제레미스캇·데이비드베컴 라인)·카이아크만·푸마(페라리라인)·아르마니익스체인지·코데즈컴바인포맨·바나나리퍼블릭·갭·햇츠온·티아이포맨

모델 도상우(kplus)
헤어메이크업 이경민 포레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기자의 블로그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0.12.01 00:00 / 수정 2010.12.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