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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사

진화하는 문명…인간의 삶과 생명력 통찰

부산비엔날레 개막
23개국 72명 158점 선보여
'지구 아기' 등 규모 큰 작품 많아
"통일성·대중성 갖췄다" 평가

부산=김지원기자 eddie@hk.co.kr

고노이케 도모코의 '지구 아기'. 
 
광주비엔날레와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에 이어 11일 제6회 부산비엔날레가 개막하면서 현대미술 축제의 시즌이 만개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변화를 선택했다. '현대미술전' '바다미술제' '부산조각프로젝트'라는 3가지 행사를 각기 다른 큐레이터가 이끌던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총감독이 하나의 주제로 비엔날레 전체를 총괄하는 통합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진화 속의 삶'을 주제로 내세운 일본 큐레이터 아주야마 다카시 총감독은 "생물학적 진화를 넘어 인간의 지적 진화,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문명과 사회 속 개인의 삶과 생명력을 살피고자 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수영만 요트경기장 계측실, 광안리 해수욕장 등에 23개국 72명의 작품 158점이 설치됐다. 사진과 영상이 주를 이루는 광주비엔날레와 달리 규모가 큰 설치작품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다. 예멘 출신 작가 자독 벤 데이비드의 '진화와 이론'은 전시 주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술관 바닥에 모래를 깔고 12~261㎝ 높이의 얇은 알루미늄 조각 250점을 세웠는데, 유인원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인류의 진화 과정과 과학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각종 도구들이 환영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반짝이는 거울로 뒤덮인 거대한 아기의 얼굴이 어두운 방 안에서 천천히 회전하고 있는 일본 작가 고노이케 도모코의 '지구 아기'는 관람객들을 시각적으로 압도한다. 기형적 모습과 기괴한 사운드를 지닌 이 작품은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공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에 설치된 류신정의 '인상:해돋이'.

단순한 금속 원기둥 형태를 지닌 무라오카 사부로(일본)의 작품 '체온'에서는 따뜻한 온기가 흐른다. 기둥에 새겨진 날짜인 2010년 7월 16일, 작가가 측정한 자신의 체온을 작품 속에 봉인시켜놓음으로써 유한한 인간 생명을 연장시키고자 했다.

이밖에도 실제 두개골에 수많은 구멍을 뚫고 내부에서 빛이 새어나오도록 만들어 인간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려 한 로랑스 데르보(벨기에)의 작품,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연상시키는 스티븐 윌크스(영국)의 대형 헝겊 애벌레 작품 등도 눈에 띈다.

요트경기장의 계측실에 설치된 작품 9점은 한결 더 스케일이 크다. 뾰족뾰족한 뿔이 달린 거대한 돔 내부에서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전자 방전 현상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과 종말에 대한 불안을 담아낸 야노베 겐지(일본)의 '울트라 블랙 썬', 침대 위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이기봉씨의 '독신자의 침대', 이탈리아 화산섬에서 찍은 장엄한 풍경이 360도로 영사되는 제임스 P 그레이엄(영국)의 영상작업 '이두' 등이 대표적이다.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태국 작가 타위싹 씨텅디의 '달러 009' 등 19점이 설치돼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통일성을 갖추려고 시도했다는 점과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애쓴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여전히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 큐레이터는 "전체적으로 일본색이 강한 느낌이고, 최근 열린 해외 비엔날레 출품작과 겹치는 부분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11월 20일까지 계속된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입력시간 : 2010/09/12 21:22:02  수정시간 : 2010/09/12 22: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