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건설 서교자이 West Valley
스틸 레이디의 부지는 남산 소월길 아래 동네의 길쭉하게 생긴 땅이었다. 건폐율과 용적률의 기준은 매우 낮았고, 소월길의 절대 높이 제한은 상승일로의 서울 지가 및 높은 천정고에 대한 욕망을 채우기엔 너무도 엄격했다. 이러한 제한적인 조건들을 원동력 삼아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집, 즉 ‘주체적인 아름다움과 격’이 있는 집을 만들고자 했다. 이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는 한 덩어리의 단단한 철재 블록 형태 안에 콘크리트 블록을 삽입하여 공간을 중첩시키고, 그 속을 파내는 방법으로 공간을 만들어 나갔다. 때문에 집 내부는 섬세하게 각이 진 형태가 되었다. 1층의 거실은 식당으로 길게 이어지며, 계단실은 수직성이 강조된 형태로 3개의 전 층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공간이다. 3층 마스터존에서 침실과 욕실이 연접하며 1층의 공간 규모와 형태를 반복한다. 콘크리트 블록을 파낸다는 생각은 내부 마감 재료들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져, 부시 해머 처리 콘크리트와 티크 등 알갱이와 질감이 두드러지는 것들을 선택하게 되었다. 계단 핸드레일이나 실내 디테일에도 같은 생각을 실었다. 스틸 레이디의 ‘주체적인 아름다움과 격’을 완성하는 것은 외관이다. 주변의 이웃집들이 높은 담장 안에 반듯하게 갇혀있는 반면 스틸 레이디는 전체적으로 약간 비틀어져, 뭔가 말하려 몸을 움직이는 듯한 형상이다. 집의 표면은 화학 부식 처리된 스테인리스 스틸 평판 위에 스테인리스 스틸 평철을 교차시켜 부분 반사 현상이 일어나면서 날씨와 계절에 따라 시시때때로 빛깔이 변한다. 조용한 동네에서 길 끝이 경쾌하게 열리게 되었다. 글 최성희
가평 갤러리하우스
가평, 조그만 물길 따라 언덕에 순응하며 고요히 자연으로 귀속됨이 낯설지 않다.
강은 흐르고 있음에도 고여 있는 듯 우리의 마음을 붙들어 맨다.
소나무가 가끔은 시야를 가린다. 어느덧, 물끄러미 같은 구경꾼이 되었다.
저만치에 산이 있어 좋고 조금 더 먼 곳에도 산이 있어 좋다.
바람을 타고 잔잔히 어르는 솔내음, 강내음에 취해 우리는 지금 물맞이하는 중이다.
가평의 갤러리하우스는 아프리카나 영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로 사람이 주거하는 공간에 갤러리의 기능이 더해진 집이다. 나는 주택이 인간의 삶과 자연의 조화를 모색하는 일종의 환경디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주택이 본래의 풍경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따뜻한 분위기를 내고자 했다. 처음 이 대지에 왔을 때 언덕배기에 소나무가 있었다. 특별한 나무 사랑으로 유명한 이 집의 클라이언트 유미재 대표와 우리는 가파른 경사지에 잘 자리 잡고 있는 소나무를 주택의 한 부분에 담고자 했다. 저편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과 올곧은 나무들. 나무에 대한 배려 때문에 주택이 미덕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연과의 교감은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하며, 지친 우리에게 희망을 일깨워준다. 자연과 더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전통 주거공간 특성 중의 하나인 ‘관조성’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네는 집 안에서 자연에 대한 관조를 통해 공간의 체험을 이끌어 냈다. 갤러리하우스의 안방에서 창을 열면 데크가 있고, 그 너머로는 건너편 강이 보인다. 풍경이 한 켜, 두 켜, 세 켜까지 겹쳐 보이는 시스루 개념(see-through)이 적용된 것이다. 갤러리하우스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도로에서는 쉬이 잘 보이지 않는 청평호로 가파르게 기울여진 길쭉한 대지와 오랜 나무들의 터전이었던 그 속에 조심스레 그들과 함께 숨 쉬는 집이다. 글 최시영
용인 하이브리드 하우스 HYBRID HOUSE
건축의 고정문법을 깨는 새로운 건축 디자인은 시각적 놀라움을 넘어서 사용자의 경험을 혁신시킨다. 사용상, 운영상의 새로운 방식, 즉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꾸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에게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케 할 수도 있다. 생활공간과 창고의 기능을 겸비한 용인 하이브리드 하우스 역시 건축주에게 새로운 용도와 경험의 공간이다. 화가인 건축주는 작품 구상을 위한 자신만의 숨은 생활공간과 창고의 기능을 하나로 병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요구했다. 창고라는 프로그램과 생활이 가능한 아뜰리에라는 프로그램의 공통 인자로서 출발한 것은 높은 층고의 박공형 지붕이다. 이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의 유형학적인 공통인자이자 기능적 공통분모로서 상통한다. 4개의 입면은 각각 창고, 전원주택, 화실로서의 서로 다른 주제를 표현하며 이는 한 공간의 서로 다른 기능들이 각각의 입면에 투사(Projection)된 것이다. 이 집은 마치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진입로 방향에서는 지극히 폐쇄적인 창고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반대편에는 넓은 통창을 중심으로 파노라마 경치를 즐길 수 있는 화실의 얼굴이 존재한다. 정면이 집이라 하면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뾰족 지붕의 그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반면 뒤쪽은 이 층의 침실 겸 다락방에 앉아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조그마한 원형 창 4개의 군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샌드위치 패널과 드라이비트 그리고 구조용 강관만을 이용하여 축조된 이 집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저예산을 가지고 집행되었다. 마을 사람들조차 아직도 이 집을 창고로 알고 있을 정도로 위장된 이 주거의 목적성은 연로한 화가의 진정한 ‘도피처’이다. 글 김찬중
신원동 주택
근대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며 집은 해체되고 분열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집안에서 태어나고 죽지 않으며, 병원에서 태어나고 죽는다. 더 이상 동네에서 살지 않고 주택 상품에서 산다. 거주할 줄 알아야 건축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더는 건축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현대인은 육체적으로 집이 있어도 정신적으로는 집 없음(homelessness)을 경험하고 있다. 해체된 거주는 거주 자체를 소멸시켰다기보다는 거주의 경계망을 모호하게 하고 거주의 새로운 의미망을 확장시켰다. 거주의 의미 회복은 불가능한 것인가.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탄생과 죽음 사이에 있으며, 하늘과 땅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하는 것은 머무른다는 것과 함께 거주의 본질이다. 지금 우리는 해체된 거주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원동 주택은 양재 남쪽 경부고속도로 변에 위치하고, 행정 구역상 서초구에 속한다. 주말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청계산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인허가 과정이 까다롭고 제한사항이 많아 노후화된 주택들의 환경 개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다. 청룡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70년대 말 소위 불란서 식 주택의 벽돌과 경사지붕을 가진 비슷한 집들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주는 강남 아파트에서의 오랜 생활 때문인지 새로운 삶에 대해 기대만큼 이방인이 되지 않을 까하는 조심스러움도 커보였다. 같은 시기에 지어져 질서 있는 도시 문맥과 오랜 시간의 무게가 더해진 곳에서의 건축 ‘끼워넣기(Infill)’는 건축주의 신중함과 유사한 것이다. 한편 이 프로젝트는 애초 목구조를 염두에 뒀다. 강인함과 유연함이 공존하는 특징의 목구조는 단층주택 등 소규모 도시건축에 보다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벽돌집의 개보수와 경골목구조를 활용한 소규모의 증축을 전제로 시작했지만, 조사 결과 부실의 정도가 심해서 신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철근콘크리트조와 경골목구조를 혼합하는 작업의 배경이 되었다. 이 혼합구조 방식은 신원동에서 몇 가지 긍정적인 성과를 만들어 주었다. 첫째, 도시 문맥과의 관계이다. 이웃집 담장을 연장한 낮은 벽돌 벽과 수평 목재무늬 노출콘크리트는 마을에 누적된 시간을 표상하고, 단순한 외장용 합판으로 마감된 목조부분은 조심스러운 변화를 담는다. 두 번째, 신원동 주택은 스킵플로워 평면형식으로 여러 개의 레벨을 갖고 있지만 모든 바닥은 철근콘크리트조인 덕에 습식 온돌의 처리, 2층에서 욕실의 설치, 소음 문제 해결과 같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유용한 것이었다. 건축주는 자신의 집이 낯선 이방인의 그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것처럼 보이기를 희했다. 준공 일년 후 취재했던 한 잡지사 기자가 썼던 제목과 글의 일부가 ‘주택가 숲에 오래된 나무처럼 서 있는 집’, ‘새로 지어졌음에도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겨우 일년이 지났음에도 10년 된 듯한 집’이었다. 바로 우리가 기대하는 집이기도 했다. 글 조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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