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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세계 속의 디자인 도시를 가다 (3) 일본 도쿄

[도시의 얼굴이 경쟁력이다]
세계 속의 디자인 도시를 가다 (3) 일본 도쿄 

▲ 일본의 대표적 도심 재생 프로젝트인 롯폰기힐스의 미드타워 앞 광장. 이 광장은 1층 도로 위에 건설된 인공 구조물로 문화쇼핑 복합건물과 미술관, 방송국, 호텔, 주상복합건물을 연결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저 멀리 빌딩 앞에는 롯폰기힐스의 상징이 된 거미 모양의 조형물이 서 있다.

인구 1200만명이 밀집한 서울시가 미래를 준비하는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한강 이북의 전통 가옥 및 도심 빌딩과 한강 이남에 자리한 대규모 아파트와 업무용 빌딩 숲은 서울의 혈류인 한강을 중심으로 연결돼 ‘디자인과 문화가 어우러진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디자인의 세계적인 메카로 거듭나려는 서울의 꿈은 세계의 경제·문화·산업 중심지 도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쿄는 ‘거품(버블)경제’의 후유증과 수도권 개발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경제와 문화, 자연이 공존하는 디자인 도시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 곳곳에서 낙후된 지역을 재생하는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이 한창인 서울은 일본의 도심재생 사업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12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서울과 1000만명의 도쿄는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너무나 닮았다.

■도쿄는 소통과 조화가 어우려졌다

도쿄 도시 디자인 콘셉트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소통과 조화다. 자동차가 도로가 마천루 빌딩 숲을 지나고 있지만 각각의 주제를 담은 건물들은 서로 연결돼 사람들의 발길을 잇는다.

일본의 대표적 도심재생 사례로 꼽히는 롯폰기힐스. 언뜻 보면 대형 업무용 빌딩에 나지막한 건물 몇 동이 있는 흔한 대형 빌딩군으로 보인다. 하지만 롯폰기힐스의 구조를 보면 왜 세계적 도심재생 프로젝트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11만5500㎡의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자리잡은 롯폰기힐스는 한두 동의 업무용 건물이 단순히 나열된 공간이 아니다. 최첨단 쇼핑·문화 복합공간인 모리타워와 아사히TV, 주상복합 건물, 호텔, 전시공간, 정원 등이 어우러진 복합 개발지역이다.

낡은 주거지역이 당초 개발 의도대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살 수 있는 작은 마을(타운)로 탈바꿈한 것이다.

롯폰기힐스의 진가는 롯폰기힐스의 대표 건물이자 중심 빌딩인 모리타워에서 엿볼 수 있다. 첨단 건물이면서도 사람과 자연, 문화가 소통하는 공간으로 널리 알려진 이 빌딩 입구에는 높이 5m가 넘는 큰 ‘거미’ 조각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흉측한 모습의 거미 조형물에 대한 직원들의 반대에도 롯폰기힐스를 ‘출산’한 모리 회장은 이곳을 세계인의 ‘타운’으로 조성하고 그 시작이 되는 장소의 상징물로 거미 조형물을 고집했다고 한다. 이제는 거미가 전 세계 관광객뿐 아니라 일본인들이 모이는 장소의 ‘아이콘’이 됐다.

거미가 사람 간 커뮤니티를 위한 상징물이라면 거미가 자리잡은 모리타워 앞 소규모 광장은 소통의 공간이다. 롯폰기힐스의 1층 도로 위에 조성된 광장은 모리타워와 미술관, 주거용 레지던스 주상복합 건물과 아사히TV, 그랜드하얏트호텔 등으로 사람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이다.

모리타워 안으로 들어가면 이동 동선을 따라 배치된 작은 미술품과 곳곳에 디자인을 달리한 음식점과 상점은 관광객들을 하루 종일 이끈다. 통로 좌우로 대칭되는 상점, 걷기 편하게 디자인된 보도와 철구조물로 하늘이 보이도록 트인 천장은 모리타워 디자인의 백미다.

롯폰기힐스와 함께 대표적 도심재생 사례로 꼽히는 미드타운 역시 소통과 조화를 주제로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미드타운 역시 도로 앞에서 바라볼 땐 몇 동의 빌딩을 모아 놓은 빌딩타운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옆으로 돌아가면 미드타운의 진가가 드러난다.

도로변에 자리한 미드타운 반대쪽으로 미드타운을 감싼 공원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공원과 미드타운을 잇는 다리는 사람들을 미드타운 내 미술관과 쇼핑공간으로 이끈다. ‘ㄷ’자 모양으로 각 빌딩을 배치한 미드타운 중심부에는 철골 구조의 높은 조형물 아래 사람들이 모여 쉴 수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각 건물이 연결된다. 이런 덕분에 옛 방위청 부지를 개발한 미드타운은 이제 연간 3000만명이 다녀가는 일본의 명소이자 도시디자인 사례로 손꼽힌다.

▲ 옛 병무청 자리를 6개 민간기업이 개발한 미드타운에는 지구 서쪽 끝에서 북쪽으로 빌딩을 감싸고 공원이 조성돼 시민과 관광객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원 사이 산책로 옆에 미드타운 내 가든 테라스가 보인다.

■자연과 문화를 품다

도시는 문화의 결정체다. 이 명제를 잘 실천하고 있는 곳이 도쿄다. 도쿄의 도심재생 프로젝트에는 각색의 문화 콘셉트를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다.

일본의 ‘신사’ 입구를 거쳐 미드타운 쇼핑센터에 들어서면 중앙에 물을 이용한 조형물이 보인다. 천장에서 내려온 줄을 타고 흘러 내리는 물은 ‘신사’ 입구에 마련된 세속을 씻는 전통 공간으로 승화된다. 미드타운 2층에 마련된 산토리미술관에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된 다양한 예술작품이 사람을 이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것이다.

롯폰기힐스 역시 현대와 전통이 만난다. 게야키자카 콤플렉스와 아사히TV 사이에 자리잡은 ‘할리우드 뷰티 플라자’는 각종 공연과 이벤트가 열리는 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 서너 발짝 발걸음을 옮기면 일본의 옛 정원 위에 그대로 복원한 일본식 정원으로 연결된다. 젊은이들의 광장과 연못 중심의 정원이 과거와 미래를 잇고 있다.

특히 게야키자카 콤플렉스 옥상의 생태공간은 도쿄에서 추진 중인 도시디자인 프로그램의 정수를 보여준다.

도쿄 한복판에 자리잡은 빌딩뿐 아니라 도쿄의 조그만 건물 위에는 녹색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채워진 도쿄 도심에 자연공간을 제공하고 도심의 열섬 현상을 낮추기 위한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이 중에서도 특히 게야키자카 콤플렉스 옥상에 마련된 생태정원에는 도쿄에선 볼 수 없는 쌀과 과일, 채소가 자란다. 어느덧 개구리까지 옮겨와 도심 속 전원풍경이 연출된다.

전통 정원인 모리가든과 옥상 생태정원 등에 힘입어 한여름 롯폰기힐스의 온도는 주변 다른 지역에 비해 4%가량 낮아진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롯폰기힐스를 개발한 모리빌딩주식회사는 이 지역과 같은 대규모 도심재생 프로젝트를 3곳에서 추진 중이다. 공원, 자연, 문화, 조화, 소통. 이런 단어들이 그들이 추구하는 도시디자인의 주요 콘셉트이다.

이들이 개발하는 도시개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인간중심이다. 인간중심의 가치철학이 시설의 배치와 운영뿐 아니라 개발단계에서부터 적용된다. 롯폰기힐스는 지난 1986년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뒤 17년 만인 2003년 4월에 완공됐다. 롯폰기힐스를 개발한 모리 회장은 지역 주민을 한 사람씩 만나 설득하면서 청춘을 보냈다. 개발비용을 감안할 때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사람이 사는 마을을 만들고자하는 그의 열정에 존경을 표한다는 게 모리빌딩 관계자의 설명이다.

/victoria@fnnews.com이경호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기사입력 : 2010-07-06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