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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재활용 명품 `프라이탁` 디자인 大賞 품다

스위스 '2011 디자인프라이스'
천막·에어백·안전벨트…폐품 잘라내 가방 만들어 전세계 年 500억원 매출

프라이탁 직원이 가방 제조에 사용하기 위해 트럭 방수천을 자르고 있다. /프라이탁 제공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른 인근의 소도시 랑엔탈에서 열린 ‘2011 디자인 프라이스’. 2년마다 개최되는 스위스의 대표적 디자인 공모전으로 올해 11회를 맞았다. 이번 행사의 키워드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디자인.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각종 가방과 제조 과정의 사진을 붙인 파일박스로 가득한 서가가 눈에 들어왔다. 근로자들이 트럭의 짐칸에 씌워져 있던 천막을 걷어 공장 바닥에 펼친 후 자르는 모습 등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가방이 바로 이번 행사에서 대상(Merit)을 받은 스위스 명품 브랜드 ‘프라이탁’의 제품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공동 사장인 마커스 프라이탁과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는 스위스 취리히 출신이다. 취리히에서는 자전거가 이동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는데 비가 오면 가방이 쉽게 젖어 방수가 잘되고 내구성이 좋은 가방이 필요했다. 두 형제는 트럭의 방수 천막을 재료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들은 지금도 자기 회사의 가방을 멘 채 매일 아침 자전거로 출근한다고 한다. 
 

프라이탁 가방 제조에 쓰이는 트럭 방수천과 이를 재료로 만들어진 가방 완제품. /프라이탁 제공

프라이탁은 1993년부터 폐품을 명품 가방으로 재가공해 만들고 있다. 다 쓴 트럭용 방수 천막이나 에어백은 가방 천으로, 자동차 안전벨트는 가방 벨트로 사용한다. 고무는 폐자전거 튜브에서 얻는다. 1년에 가방을 만드는 데 드는 재료가 트럭 천막 200t, 자전거 튜브 7만5000개, 차량용 안전벨트가 2만5000개에 달한다. 모든 제품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며 같은 디자인의 제품이 거의 없다. 가격은 20만~70만원. 세계 350개 매장에서 연간 500억원어치 팔린다. 국내에서는 내년 초 서울 강남에 전용 판매점이 열릴 예정이다.

디자인 프라이스의 미헬 휘터 책임 큐레이터는 “소비자들은 처음에 프라이탁의 인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스위스 대표 브랜드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며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인정받아 대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마커스 프라이탁 사장은 “어머니는 사회복지사였고 아버지는 홍보 컨설턴트였는데 부모님으로부터 친환경 마케팅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며 “어렸을 때 퇴비 더미를 보고 자란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커스 사장은 향후 사업계획에 대해 “버려진 카 시트나 소파를 재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가방 외에 의류 제품을 만들지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 애플사의 사례처럼 진짜로 시장에 내놓을 제품을 갖기 전에는 사업 다각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디자인 프라이스에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친환경 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컨템퍼러리 퍼니처사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도 소비자들이 스스로 조립해 만들 수 있는 가구 제품을 선보였다.

휘터 책임 큐레이터는 “한국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스위스에서 가구 부품을 공수하는 것이 아니라 스위스에서 디자인하고 한국 판매점에서 잘라 부품을 만들도록 한다”며 “제품 수송에 드는 연료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ZHdK’사는 탄성이 높아 종이나 직물처럼 구부러지도록 잘린 목재를 출품했다. 이 목재는 각종 인테리어 제품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랑엔탈(스위스)=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기사입력: 2011-12-21 17:15 / 수정: 2011-12-22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