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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한국 현대건축 거장 유걸 씨, 부산디자인센터 강연

"좋은 건물은 사람이 쉽게 사용하도록 열려 있어야" 
 한국 현대건축 거장 유걸 씨, 부산디자인센터 강연

"좋은 건축은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열려 있어야 합니다."

'건축은 육십부터'라는 것을 입증해 보인 장본인이자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계의 거장 유걸(71·㈜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가 4일 오후 부산디자인센터에서 열린 2011부산국제건축문화제 시민건축대학에서 '열린 사회, 열린 공간'이란 주제로 초청 강연을 했다.

유걸의 건축을 이야기할 때 열린 공간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는 기존 건물 내부의 로비나 홀이 가진 내부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열린 공간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열린 공간은 불특정 공간으로 사용자에게 제한하지 않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을 말한다. "소음 차단이나 방음 역할을 하는 건축의 기능적인 부분까지 모두 열려 있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공용공간만큼은 최대한 열려 있어야 좋은 건축이라 할 수 있겠죠."

이를 위해 대학 등 공공건물부터 담을 헐어내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그는 "벽이나 담을 헐어내는 것도 열린 사회라 할 수 있지만, 도시 속에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것 또한 열린 사회"라 했다. 옛것과 새것, 늙은 세대와 젊은 세대가 공존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고, 열린 사회며, 소통 지향의 사회라는 것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재개발처럼 모두 헐어내고 기억을 지우는 것이나 옛것을 죄다 보존해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 생각은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학도에게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건축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전문지식보다는 건강한 상식입니다. 기술만으로도 좋은 건축가가 될 수 없어요. 건강한 상식을 가지고 건축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내 '사람'을 강조했다. "건축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입니다. 건축하는 사람은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사람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두십시오."

인천 송도지구에 위치한 인천세계도시축전기념관(트라이 보울)은 건축가 유걸의 대표작 중 하나. 커다란 대접 3개를 물에 띄워놓은 듯한 묵직한 형태의 건물로 2010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사회공공부문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이다. 국내 건축계에선 60세가 넘으면 대개 스케치를 접는다. 하지만 건축가 유걸의 행적은 이런 활동이 말해주듯 정반대인 셈이다.

이를 두고 그의 건축이 젊어지고 있다고 한다. 자꾸 젊어지는 건축의 비결을 물었다. "아직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게 제 건축이 젊어지는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죠." 정달식 기자 dosol@

| 29면 | 입력시간: 2011-10-05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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