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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꽃으로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존경심


프랑스 여류 꽃디자이너 카트린 뮐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플로리스트(Florist)는 집안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죠"

플로리스트라고 하면 화초 연구가나 꽃 장식하는 일을 하는 사람 정도로 정의하기 쉽지만,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꽃디자이너 카트린 뮐러(Catherine Mullerㆍ35ㆍ여) 씨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자 이처럼 예상 밖의 답을 내놓았다.

생활 방식 디자이너 양성 기관을 표방하는 '까사스쿨'에서 27일 연합뉴스와 만난 뮐러 씨는 전날 한국에 도착해 새벽부터 꽃 시장을 방문하는 등 강행군을 했지만, 시차나 피곤함도 잊은 듯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였다.

16살 때부터 활동을 시작해 프랑스를 대표하는 꽃디자이너 중 한 명이 된 뮐러 씨는 꽃에 대한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애정을 드러내 보였다.

"작업을 할 때는 무엇보다 꽃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마음 없이 만진 꽃을 보느니 차라리 꺾지 않은 채 정원에 심어진 장미를 보는 게 낫지요"

그는 날마다 기분에 따라서 꽃의 색채나 느낌이 달라서 특별히 좋아하는 꽃을 정할 수도 없고 싫어하는 꽃도 없다며 "플로리스는 열린 마음으로 꽃을 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화병에 꽂아둔 꽃이 시들었을 때 뮐러 씨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는 "무엇보다 시들기 전에 꽃이 아름다움을 주는 순간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품을 사용하거나 물을 자주 갈아주거나 잎을 잘 따주는 등 꽃이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하는 방법이 있지만 결국에는 꽃이 죽는다는 것을 마음으로 수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나름의 철학을 얘기했다.

뮐러 씨는 "꽃은 인생과 같다"며 "봉오리가 닫혀 있는 꽃을 보기도 하지만 죽기 직전의 꽃이 가장 예쁘다"고 정열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프렌치 시크'로 알려진 자신만의 스타일을 10여 년 전에 확립했는데 이들은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와 '샹페트르(Champetre)', '마리 앙투아네트(Marie-Antoinette), '그라피크(Graphiuque)로 세분된다.

이 가운데 오트 쿠튀르는 옷을 맞추듯이 꽃을 맞춤으로 장식하는 형식이고 샹페트르는 자연스럽거나 정원에서 받는 것 같은 느낌을 살린 스타일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박물관에 있는 17세기 그림처럼 낭만적인 프랑스풍이고 그라피크는 선을 중시하고 그래픽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그는 18세기 로코코 시대의 가볍고 상쾌한 느낌, 우아함과 감미로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플라워 부티크 '크리스티앙 토투(Christia Tortu)'를 개설하는 지휘자로 2000년부터 3년간 한국에 머무르기도 했던 그는 대나무처럼 길고 쭉 뻗어 있으면서도 바람을 따라 조용히 흔들리는 붓꽃이 한국의 이미지에 잘 맞는 것 같다고 인상을 밝혔다.

이어 꽃을 둘러싼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차이에 관한 생각도 슬며시 풀어놓았다.

프랑스에서는 꽃이 일상의 한 부분과 같아서 마치 차를 마시듯이 한 송이 한 송이를 자주 접하고 서로 주고받는 게 일종의 예절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특별한 때에 남성이 여성에게 꽃다발을 주는 게 다수를 차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에서처럼 여성이 남성에게 꽃 한 송이를 선사하는 게 일상의 자연스러운 한 장면이 되는 것을 보고 싶다"며 "빨리 변화는 한국 사회에서 활짝 핀 꽃을 보는 여유를 함께 누리길 바란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꽃디자이너가 완성한 작품을 파는 것까지 하다 보면 예술적인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워 비즈니스 영역은 다른 이에게 맡기고 있다고 밝힌 뮐러 씨는 "내가 만약 꽃이라면 물망초(forget-me-not)"라며 수줍게 웃었다.

뮐러 씨는 1993년 프랑스의 전문 플로리스트 양성학교 테코마(Tecomah)를 졸업하고 '레아 플로레스', 크리스티앙 토투 등에서 꽃 디자이너로 일했고 현지 플라워스쿨 '라 피베르디에르'의 강사를 역임했다.

그는 2006년에 뉴욕과 도쿄, 나고야 서울에서 꽃 디자인 쇼를 진행하고 2009년부터 파리 루브르 박물관 인근에서 플라워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카사 스쿨에서 꽃 장식 등을 강의하기 위해 26일 방한했다.

sewonlee@yna.co.kr

| 기사입력 2011-09-28 07:11 | 최종수정 2011-09-28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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