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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헤럴드 디자인포럼 2011>“멋진 디자인은 영혼까지 즐거워…한국적 개성에 집중하라”

세계적 ‘브랜딩 권위자’ 마틴 린드스트롬

신경과학에서 영감 청각 최우선
오감에 고루 호소해야 좋은 디자인
애플, 디자인·브랜딩 가장 성공적

▲브랜딩의 세계적 권위자 마틴 린드스트롬은 보는 이의 눈과 영혼을 즐겁게 하고 일상생활을 편하고 직관적으로 만드는 게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평기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제품들에서는 개성있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10월 6일 열리는 ‘헤럴드 디자인포럼 2011’에 앞서 브랜딩의 권위자 마틴 린드스트롬을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그는 디자인포럼 개회식 직후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브랜드학자 마틴 린드스트롬은 국내에서는 ‘오감브랜딩’이라는 저서로 유명하다. 12살에 광고대행사를 설립했다는 그는 3년간 600명의 조사원을 동원해 13개국에서 수천명의 소비자를 심층면접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감브랜딩이란 독특한 이론을 만들었다.

그는 세계 상위 100대 기업의 성공 원인을 촉각, 미각, 후각, 시각, 청각 즉 오감을 사용한 브랜드 전략에서 찾았다. 즉 ‘오감을 사로잡는 브랜드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브랜드가 고객의 종교이자 미신이 될 만큼 충성도를 이끌어내야 치열한 산업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당신이 쓴 ‘오감 브랜딩’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때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당신이 브랜드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무엇인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때 최근 신경과학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 이 경우 청각이 가장 최우선되고, 후각, 시각, 촉각, 미각 등 순으로 중요하게 여긴다.

-지금껏 기획했던 브랜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달라.

▶온라인에 레고 브랜드를 론칭한 일이다. 1990년대 중반 레고 브랜드는 온라인이나 인터넷 활동이 전혀 없었다. 우리는 ‘레고닷컴’으로 브랜딩했는데, 나중에 온라인게임으로 발전했다. 요즘은 레고의 전체 매출 중 30% 정도가 온라인상에서 발생한다.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때 디자인은 얼마나 중요한가?

▶난 디자인이 지배하는 나라 출신이다. 뱅앤울룹슨과 조지 얀센의 고향이기도 하다. 난 단지 보는 것보다는 시각적인 영향에 종속받아 왔다. 멋진 디자인은 우리 눈을 즐겁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감각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IT기업 애플의 성공은 디자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삼성과 LG전자도 성공하려면 디자인을 중요시하게 여겨야 한다.

-한국 제품의 디자인을 본 적이 있나? 있다면 한국의 디자인 수준과 장단점을 말해달라.

▶최근 출시된 한국 제품의 디자인들은 스칸디나비아나 이탈리아, 미국 등지의 트렌드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 제품을 독창적이라고 느낀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한국 디자인은 그 자체 특성과 개성이 부족하다.

-제품 이미지 창출과 디자인에 성공한 기업은 어디인가? 그들에게 어떠한 공통점이 있나?

▶제품 디자인과 브랜딩에 가장 성공한 기업은 애플이다. 네스프레소도 주방에서 단지 커피를 뽑는 기계를 넘어 인테리어제품으로 자리잡은 커피머신이 된 좋은 예다. 질레트도 전통적인 면도기에서 독창적이고 멋진 디자인으로 승부 걸어서 성공했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과 이탈리아, 스칸디나비아 등 뛰어난 산업디자인이 많이 나온 나라의 기업들이다. 이들은 유행은 늘 변화한다는 것을 알고,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리더가 되기 위해 부단하게 연구한다.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에 디자인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모든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좀 더 다가 서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과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쇼핑해야 한다. 경영자들은 진정한 소비자는 집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간과한다. 경영자들은 책이나 뉴스에서만 소비자들의 취향을 읽을 뿐이고 소비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물건을 사거나 쓰지 않는다.

-이번에 열리는 헤럴드 디자인포럼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조언을 해달라.

▶새롭고 참신한 통찰력으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집중해야 한다. 훌륭한 디자인은 단지 멋진 겉모습을 말하는 게 아니다. 눈과 영혼을 즐겁게 하고 우리 일상생활을 편하고 직관적으로 만드는 게 훌륭한 디자인이다.

정리=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2011-09-29 12:33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