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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 총괄책임자 바그너 “벤츠 디자인 모토는 전통에 혁신을 입히는 것”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고든 바그너 씨가 자신이 디자인한 ‘SLS AMG 로드스터’ 앞에서 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럭셔리 디자인의 대표 격이며 메르세데스벤츠는 앞으로 각진 모습에서 미끈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더 나이 드시면 뭐 타실 겁니까?”

BMW 운전자가 메르세데스벤츠로 차를 바꾸려고 하면 BMW 영업사원이 던지는 말이라고 한다. 그만큼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43세의 고든 바그너가 2008년 디자인 총괄 책임자가 된 이후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은 바뀌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만난 메르세데스벤츠의 바그너 디자인 총괄은 앞으로 자동차 디자인은 차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는 플랫폼과 엔진이 모두 통합되는 추세여서 앞으로 차를 고르는 가장 차별화된 요소는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2008년 40세의 나이에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체 디자인 총괄이 됐을 때 가장 처음 시작한 작업은 과거의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를 토대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면을 더해서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나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을 모토로 정했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바그너가 전통적인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에 젊고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전통과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바그너 디자인 총괄의 영향력 아래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들은 각진 모습을 줄이면서 브랜드 전반의 통일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동차는 체스판 위의 말과 같아서 브랜드별 통일성도 있어야 하지만 각자의 캐릭터도 유지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라인업에는 각진 GLK부터 둥근 CL까지 다양한 느낌의 모델이 있지만 바그너 디자인 총괄은 브랜드의 통일성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그는 “차가 각자의 특성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경쟁사들이 하듯 차들이 모두 비슷한 느낌을 주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크기만 다른 디자인이 비슷한 차들을 내놓고 있으며 BMW도 비슷한 느낌으로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번 모터쇼의 아이콘과도 같은 차량인 ‘F125’와 같은 비전을 가진 차를 예로 들었다. F125는 최고급인 S클래스 급이지만 배기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적인 차다. 바그너 디자인 총괄은 “아마도 다음 다음 다음 S클래스는 저렇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전기, 내연기관 차량이 모두 같은 디자인을 공유할 것이라며 이번에 새로 디자인한 ‘B클래스’는 전기차로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7개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승용차와 트럭 디자이너 550명을 지휘하는 바그너 디자인 총괄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 자동차 콘셉트를 개발하고 새로운 디자인 전략을 구현하는 역할을 해왔다. 에센대에서 산업디자인을, 런던 로열 예술대에서 운송수단 디자인을 전공했다. 1997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일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기사입력 2011-09-20 03:00:00 기사수정 2011-09-20 03:00:00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