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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헤럴드 디자인포럼 2011>“보수적 사고는 毒…더 나은 세상 만드는 게 디자인의 사명”

세계적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Karim Rashid)는 한국에서도 꽤 유명인이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카드, 파리바게뜨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같이 작업하며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부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디자이노크라시(Designocracy)’가 신념이라는 그를 15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얼마나 세상을 개선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의 사명은 외형을 아름답게 바꾸는 것을 넘어, 얼마나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드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하루평균 600여개의 사물을 보고 듣고 느끼는데, 이런 사물을 사람들의 감성과 편의에 맞게 변형하면 이들이 구성하는 세계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디자인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또 디자이너는 한계를 느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그의 활동 영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플라스틱 의자에서부터 세탁기,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신용카드, 레스토랑, 호텔 등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분야가 없다. 그 자신도 ‘예술가’보다는 ‘하드코어(Hard-core) 산업디자이너’로 불리기를 원할 정도다.

그는 움브라(Umbra) 사와 함께 작업했던 ‘가보(Garbo) 휴지통’과 ‘오(Oh) 의자’의 성공을 잊지 못한다. 당시 움브라 사는 이 제품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개 이상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당시 가보와 오 체어의 흥행을 통해 사람들은 납득할 만한 가격의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세련되면서도 사람들이 매일 사용할 정도로 접근이 용이한 디자인을 만들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또 그의 첫 호텔 디자인인 그리스 아테나 소재 세미라미스(Semiramis) 호텔과 독일 베를린의 엔하우(Nhow) 호텔, 뉴욕의 나폴리대 지하철역 등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그가 디자인계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설치미술가였던 아버지는 어린 카림에게 “세상에 보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이때 생겼다. 그는 “네 살 때 아버지와 함께 다니며 다양한 건물을 그렸는데 항상 실물과 같지는 않았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나는 그 건물을 그렇게 디자인해 바꾸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디자인 전쟁에 대해 ‘시대적 소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과 스마트기기들로 인해 사람들이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만큼 비교 쇼핑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기업들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방법은 디자인이 유일한 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에 대해선 “너무 단순하고 재미가 없다”고 일침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하이테크 제품 분야에서 글로벌 톱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보수적인 생각 때문인지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보수적인 생각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수적인 생각은 모방심리에 영향을 줘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감성과 편의성, 기술 진보, 유머, 영감 등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에 관심을 갖고 제품에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도록 행동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m.com
2011-09-15 11:30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