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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한국 고층 건물 실용적… 개성 없는 점은 아쉽다

버즈칼리파 디자인한 건축가 아드리안 스미스

"인터넷·스마트폰 발달로 사무실 구조 확 바뀔 것, 초고층 건물 장점 많아…"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은 사무실 구조를 확 바꿔놓을 겁니다. 지금도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오피스빌딩 사무실은 탁 트인 공간에 소파 몇 개만이 있을 뿐, 개인용 책상조차 없어요. 직원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토론하고, 일할 땐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켜지요. 신(新)노마드(Nomad·유목민) 문화의 반영인 셈입니다."

뾰족한 첨탑 모양인 세계 최고층 두바이 버즈칼리파(828m), 잠들지 않는 상하이의 밤을 연출하는 진마오타워, 5년 뒤 완공되면 '세계 최고' 빌딩이 될 사우디 킹덤타워(1000m)…. 미국 시카고의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 SOM의 대표설계사로서 버즈칼리파와 진마오타워를 총 설계한 미국 건축가 아드리안 스미스(Smith)는 미래 건축물 트렌드를 이렇게 예견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 아드리안 스미스 앤(&) 고든길을 세우고 SOM에서 독립, 킹덤타워 총 설계작업에 참여 중이다. 

▲ 미국 건축가 아드리안 스미스는 “초고층 건물을 설계할 때 주변 경관과 최대한 조화를 이뤄 친밀한 느낌을 살리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그는 지난 6일 용산역세권개발 국제업무지구(2016년 완공) 내 3개 랜드마크빌딩 가운데 하나인 오피스빌딩 '부티크 타워'의 설계자로 최종 선정됐다. 용산프로젝트에 참여한 18명의 유명 건축가들과 의견 교환을 위해 서울에 온 스미스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 고층건물은 실용적이고 '업무용'이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지어지는 편이지만 개성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개성을 살리되 주변건물, 전통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는 일은 건축가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 진마오타워는 상하이의 고유 건축물, 고층건물들 사이에서 튀지 않도록 주변과 어우러지는 친밀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버즈칼리파는 이슬람 전통 모스크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킹덤타워 때는 다소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했었죠. 중동국가에서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사우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해 '신성장(new growth)'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적용했어요. 바닥에서 야자수 나무가 솟아나와 공중으로 잎을 만개시키는 모양을 형상화한 겁니다."

그는 SOM에 재직할 때 타워팰리스 설계를 맡았고, 전경련회관(2013년 완공)의 건물총설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 두 건물은 어떤 점에 중점을 뒀을까. "타워팰리스는 고급소비자 취향에 맞추고 프라이버시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전경련회관은 하늘을 향해 15도 비스듬히 기울어 있는 외부 유리벽면이 특징이죠. 이 유리벽면은 태양열을 모아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됩니다."

지상 250m 이상인 초고층건물을 많이 설계한 이유를 묻자, 스미스는 "그냥 우연히 의뢰가 많이 들어온 것"이라며 웃었다. "매년 전 세계 도시 인구는 6억명씩 늘어납니다. 초고층건물은 이렇게 급증하는 도시인구를 수용하는 데 딱 맞는 건물입니다. 단점이라면 초고층건물이 도시 고유의 개성·특성 대신 도시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어버리기 쉽다는 거예요. 버즈칼리파처럼 말이죠."

그는 용산의 부티크 타워(355m)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의 새 랜드마크에 손색이 없도록 명품건물로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오윤희 기자 oyounhee@chosun.com

| 기사입력 : 2011.09.0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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