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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선입관 깬 기발한 디자인 아이디어 만발

벽시계ㆍ전화기ㆍ의자ㆍ식탁보ㆍ보도블록…  
  
◆ 차세대 디자인 리더가 뛴다 (下) ◆

 
벽시계에 들어가는 건전지도 시계 디자인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차세대디자인리더 우기하 씨(32)는 벽시계 뒷면에만 있던 건전지를 전면으로 내세워 시침, 분침으로 활용했다. 우씨가 디자인한 벽시계 `Front & Back`의 디자인은 1시간에 한 바퀴 도는 큰 원판과 12시간에 한 바퀴 도는 작은 원판, 그리고 각각 원판에 있는 건전지 두 개가 전부다. 요소의 줄임을 통해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실현한 것.

다른 작품 `Phone on Board`에서도 우씨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가정용 전화기 세트의 편의성을 개선한 이 작품은 전화 도중 메모하기 쉽도록 전화기 세트를 아예 화이트보드로 만들었다. 간단한 내용을 적을 수 있고 쉽게 지울 수도 있다. 또한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 화이트보드는 지갑이나 열쇠를 담을 수 있는 선반으로 활용된다. `Phone on Board`는 컬럼비아 픽처스에서 2013년 개봉 예정인 영화 `맨인블랙3`에 소품 협찬 문의를 받기도 했다.

박지원 씨(26)는 `서울시 보도블록의 모듈을 활용한 8가지 서체 디자인`을 만들었다. 박씨는 "외국에서는 서울처럼 보도블록 형태가 다양하지 않다"며 "서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보도블록 형태와 패턴을 이용해 서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지나치는 보도블록이 서울의 문화적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이 작품은 세계 3대 디자인상인 iF와 레드닷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수상했다. 박씨는 "사람과 사람을, 사회와 그 구성원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디자인"이라며 "서체도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태호 씨(31)는 신소재를 활용한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실리콘으로 만든 식탁보(Table-Dish-Cover)다. 테이블보와 접시가 일체형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2008년 레드닷 디자인어워드에서 `best of the best`를 받았다. 신씨는 "이 작품을 이용하면 접시가 잘 엎어지지 않아 환자들이나 아이들이 사용하기 좋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Bone×Skin`은 철보다 강하고 플라스틱보다 가벼운 탄소섬유를 이용해 만든 의자다. 이 작품은 나무나 금속으로 뼈와 같은 기본적인 구조를 만든 후 탄소섬유 소재의 표피를 덮었다. 신씨의 작업은 신소재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주홍규 씨(31)는 `라운지 체어 DYAD`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고주파 전력으로 성형된 두 장의 합판을 엇갈려 끼워서 만들어진다. 두 장의 합판을 조립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제품 생산, 적재, 유통이 간편하다. `라운지 체어 DYAD`는 세계적인 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2009년 전시됐다. 주씨는 가을, 겨울 동안 볼 수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코트 스탠드 FW`도 만들었다.

건축디자이너 최창학 씨(39)는 빙산 모양의 국제 빙상경기장을 제안해 인천광역시가 주관하는 현상 설계에 당선됐다. `Ice Rock`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작품은 혁신적인 구조 시스템과 외피 시스템을 갖춘 친환경적인 경기장으로 평가된다. 최씨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출판부 등을 통해 미국에서 건축서적을 출판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윤녕 씨(29)는 다국적 회사인 유니레버의 새로운 아이콘을 찾는 작업 `Project Iconic`으로 유명하다. 박씨는 세계 최고 디자인 스쿨로 불리는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Visiting Tutor`를 맡았던 경력이 있다.

패션디자이너 윤신원 씨(30)는 미국에서 열리는 제10회 젠아트(Gen Art) 스타일스 패션쇼에 아방가르드 작품을 출품해 `인터내셔널 패션 어워드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됐다. 작가로도 활동 중인 윤씨는 `아이러브뉴욕1, 2`라는 뉴욕 가이드북도 썼다.

서울대학교 박사 과정에 진학 예정인 최희선 씨(39)는 이번 차세대디자인리더 중 유일하게 작품이 아니라 논문을 인정받아 선정됐다. 최씨는 한강 주변에 문화시설을 만들고 조경을 강화하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인 7년 전 `도시 수변(水邊)의 자연친화적 공간조성에 관한 환경디자인 모형사례연구`라는 논문을 썼다. 최씨는 "홍수 때 물흐름을 방해한다며 나무도 못 심게 해 7년 전 한강 주변은 버려진 땅과 같았다"며 "관리사무소를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해 인공섬, 문화시설 등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디자인 논문은 앞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통일을 대비해 북한 디자인 연구도 시작했다.

※ 공동기획 : 지식경제부·한국디자인진흥원·매일경제신문사

[용환진 기자]

기사입력 2011.08.04 17:05:28 | 최종수정 2011.08.04 19: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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