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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디자인 한류` 세계에 알린다

키스 컨트롤러ㆍ茶 거름망ㆍ자전거 거치대…  
     
◆ 차세대 디자인 리더가 뛴다 (上) ◆

성정기 "엘라스틴" 패키지 디자인

커플이 키스를 한다. 화면 볼링공이 혀의 움직임에 따라 굴러가는 방향이 바뀐다. 혀가 게임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것. 이 기발하고도 발칙한 아이디어는 디자이너 남혜연 씨(32) 머리에서 나왔다. `키스 컨트롤러`는 미국 장치부문 예비특허를 취득했다. 남씨는 8월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 미술관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7명의 작가 중 한 명으로 비디오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윤성문 "티 다이버"

남씨는 "디자이너가 자라온 환경이 그 디자이너의 작업을 설명해준다"며 "정(情), 사랑 그리고 화합으로 나타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정서를 세계에 알리고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킬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씨의 `따뜻한` 작품관은 `허거블 네이처` 작품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작품은 공원 나무에 음성편지를 녹음해 놓은 다음, 나무를 안아 주면 음성편지가 재생된다.

남씨는 올해 지식경제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 매일경제신문이 선정한 `포스트 차세대디자인리더` 중 한 명이다. 이 사업은 2004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191명을 발굴했다. 올해는 남씨, 성정기 씨(38), 양수인 씨(34), 이진윤 씨(31) 등 4명의 포스트 차세대디자인리더와 11명의 차세대디자인리더를 선정했다.

`포스트 차세대디자인리더`는 차세대디자인리더 중 사회공헌ㆍ성과확산 활동 등 중간평가를 통해 우수한 평가를 받은 디자이너들이다. 차세대디자인리더는 개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 포스트 차세대디자인리더는 개인당 최대 7500만원까지 활동비를 지원받는다.

미국 디자인 업체인 루나디자인에서 시니어 디자이너로 있는 성정기 씨는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패키지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성씨는 "눈을 감고 머리를 감을 때 샴푸와 린스를 구분하지 못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샴푸와 린스의 병 표면을 다른 질감으로 표현해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독일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국내 디자이너 최초로 세계적인 미국 디자인 회사 IDEO에 입사해 화제를 모았던 성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디자인 업체 취직을 희망하는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양수인 씨는 수면에 은은한 빛을 내며 떠 있으면서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앰피비어스 아키텍처`를 만들었다. 뉴욕의 이스트리버에 4개월 동안 설치된 이 작품은 용존산소량 변화와 수중 생명체 움직임을 감지해 실시간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용존산소량이 향상됐을 경우 파란불, 악화됐을 경우 빨간불이 들어온다.

의상디자이너 이진윤 씨는 청바지 소재를 청바지가 아닌 소재처럼, 청바지 소재가 아닌 것을 청바지 소재인 것처럼 상반되게 표현하는 `청개구리`다. 실크 소재를 염색하고 탈색해서 마치 청바지처럼 표현했다.

이씨는 "청바지를 통해 꿈과 현실, 그리고 겉과 속 등 상반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맞춤옷 컬렉션으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 `오트쿠튀르`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디자이너다.

안지용 씨(38)는 기존 대규모 자전거 거치대와 달리 도시 내부 작은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는 자전거 거치대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올해 열리는 광주 비엔날레에 초청됐으며, 내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전시회인 `100% 디자인 런던` 등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윤성문 씨(34)는 차거름망을 `잠수부원`으로 의인화한 작품 `티 다이버`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파리에서 열리는 인테리어 박람회인 `메종 오브제` 행사에서 미리 준비한 물량이 동날 정도로 창의적이고 실용성 높은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윤씨는 "바닷속으로 다이빙하는 잠수부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낚시하는 사람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티백을 고정시켜주는 장치를 디자인했다. `티 피싱`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종이인형이 컵에 걸터앉아 마치 낚시하는 것처럼 티백을 물에 담그고 있는 모습이다. 파티나 회사에서 술이나 컵 소유주를 구분해주는 역할도 한다.

박제성 씨(33)는 `They are falling`이라는 영상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박씨는 이 작품을 통해 연말의 낭만적인 분위기와 전쟁의 위험이 공존하는 한국의 상황을 무기들이 눈(雪) 결정을 이루면서 하늘에서 내리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는 "전쟁의 위기가 눈 녹듯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작품에 담았다"고 말했다.

※ 공동기획 : 지식경제부 한국디자인진흥원 매일경제신문사

[용환진 기자]

기사입력 2011.08.01 17:07:26 | 최종수정 2011.08.01 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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