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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비행기.성화.축구장까지 디자인... 제품에 카리스마 담는다

1 아에로 토이 스토어 제트 2 토리노 축구팀 유벤투스 스타디움 3 토리노 겨울올림픽 성화 4 보벳 오탄타 5 패커드 벨 이지 노트 6 라바차 커피머신 

피닌파리나 엑스트라는 제품 디자인을 하는 회사다. 이들은 우아함(Elegance), 필요 불가결 요소(essentiality), 그리고 혁신(Innovation)을 추구한다. 이들의 미션은 기술력이 담긴 창조력에 이탈리안 스타일이 주는 카리스마가 가미된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분야에 더 재능을 보이는가?
“어렸을 땐 내가 지금처럼 창조적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오히려 개발자라고 생각했다. 수학을 잘했고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알게 된 것은 그것들이 곧 회사의 비즈니스에 연결된다는 사실이었다. 형은 대량생산에 관심을 보였지만 나는 자동차 외의 산업디자인 분야에 더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1987년 피닌파리나 엑스트라를 설립했고 지금까지 잘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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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닌파리나 엑스트라가 하는 일은?
“우리는 24년 동안 4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했다. 지금과 같은 팀이 구성되지 않았었던 초창기에는 자동차 디자이너들에게 의뢰를 하곤 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 분야에 기여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두 명으로 시작한 것이 세 명, 네 명으로 늘다가 현재는 30명이 팀을 이뤄 일한다. 안경·시계·여행가방·스포츠 용품 등 오브제 디자인으로 시작한 것이 부엌용품·싱크대·사무실 가구·의자·전등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혔다. 커피머신·냉장고·세탁기·개인 비행기 등도 대상이다. 토리노 겨울올림픽 성화나 토리노 축구팀인 유벤투스(JUVENTUS)의 홈 경기장도 우리가 디자인했다.”

-회장으로서 디자인을 아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피닌파리나 엑스트라에서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은 자동차 분야의 문제 해결, 가치 설정, 수정, 개선 등에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내가 회장이 된 후 산업디자인 분야에 사용되던 서비스를 자동차 부문에 삽입해 성공한 것들이 있다. 2010년 알파로메오 두에토탄타나 올해의 페라리 FF 등은 나와 팀원들이 해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당신은 피닌파리나에서 디자인한 자동차를 타나?
“가끔. 페라리는 예전에 가지고 있었지만 형이 죽은 후 회사가 어려웠고 당시 나에게 페라리를 몰 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난 가족이 많고 산이나 자연으로 아이들과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현재는 볼보의 SUV를 탄다. 나중에 페라리를 탈 만한 정신적 여유가 생기면 그때 타도 늦지 않다.”

-그래도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차가 출고되면 시승해보지 않나?
“꼭 필요할 때는 시승한다. 피닌파리나의 전기차 니도(Nido)는 로마의 대통령 관저인 퀴리날레까지 내가 직접 운전해 갔었다. 형은 모든 차에 시승해보고 문제를 찾으려 했지만 나는 이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 네 바퀴 위에 올라가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모든 차나 제품에 피닌파리나의 로고와 사인이 들어가나?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건 우리도 잘 다루지 않던 얘기다. 대답은 물론 ‘아니다’다. 우리의 심볼인 f 가 있는 것은 피닌파리나 공장에서 제작한 것이다. 제품일 수도, 프로토 타입일 수도 있다. 알파로메오의 두에토탄타나 마세라티의 신테지 등에는 f가 있다. 대신 페라리 FF처럼 디자인만 한 것은 F 없이 피닌파리나의 이름만 써 있다. 디자인과 제작이 다 된 제품에는 로고와 사인이 같이 들어간다. 회사와의 합의에 의해 제작이나 디자인을 피닌파리나에서 했지만 아무 표시가 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유벤투스 스타디움에는 서명이 들어갈 예정인가?
“(책상을 치며) 그렇지! 이 스타디움에는 서명이 꼭 들어갔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노력 중이다.”

-토리노 자동차 박물관에서 선정한 12인의 자동차 디자이너에 당신 이름이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없이 내가 들어간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디자이너를 보고 결정한 것 같다. 박물관에 전시된 차 중 치시탈리아 202, 페라리 308, 그리고 대통령차 이렇게 세 대가 피닌파리나가 제작해 박물관에 영구적으로 보존될 차들이다.”

-피닌파리나의 미래는?
“확신한 비전을 가지고 최고로 남는 것이다. 2007년 이미 우리의 비전을 정했지만 세계 금융위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어떤 나라는 극복했고 어떤 나라는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피닌파리나의 힘은 역시 디자인이다. 피닌파리나만의 스타일과 독창성, 그리고 기술을 계속 계발시켜나가고 있다.”

-당신의 좌우명은?
“‘난 급하다. 그러니까 천천히 천천히’가 내 좌우명이다. 얼마 전에 내 친구(Marco Boglione)가 쓴 책 제목이기도 하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하다 보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그만큼 시간낭비를 하게 된다. 급할수록 천천히 해야 한다. 일을 하다가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손해를 볼지언정 바로 그만둘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여가시간에는 뭘 하나?
“골프는 좋아하지 않아 조금 치다 말았지만 겨울엔 스키를 자주 탄다. 요즘은 집에 신경을 쓴다. 96년부터 정원이 있는 시외에 살고 있는데 집에는 지하실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음악실로 개조해 가끔 친구들과 연주도 하고(그는 드럼을 친다) 나머지 하나는 와인창고로 개조했다. 1만㎡의 정원 중 1500㎡에 300그루의 포도나무를 심었고 거기서 수확한 포도로 직접 포도주를 만든다. 내게 1년 중 가장 즐거운 날은 9월 말 포도를 수확하는 날(Vendemia)이다. 이날 아이들은 큰 바구니를 가져오고 친구들도 트랙터 등을 가지고 와서 도와준다. 주말엔 직접 나무를 사다가 심고 가꾼다. 작은 나무가 크게 자라는 것을 보면 기쁘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던 사계절을 지금은 집에서 맘껏 즐긴다.” 

중앙 SUNDAY | 제226호 | 2011071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