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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디자인 과잉의 시대, 디자인의 길 묻는 축제 준비

승효상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지난해 3월 제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9월3일~10월23일) 총감독으로 임명된 건축가 승효상씨(59·이로재 종합건축사 대표)가 12일 참여작가 및 작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1972년 미국 MIT 건축학부에서 공부할 때 <도덕경>을 응용한 「Intensible Architecture」를 읽으며 공감했던 내용을 이번 전시의 주제로 택했다”면서 “디자인 개념이 과포화된 사회에서 과연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주제인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는 노자의 <도덕경> 첫 구절인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에서 길 ‘道’를 그림 ‘圖’로 패러디한 화두이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는 44개국 136명의 작가, 74개 디자인 기업이 참여해 145개 작품을 선보인다. 본전시인 주제전, 유명 작가들이 참여하는 유명(有名)전, 작품가치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들의 무명(無名)전, 장소와 비장소 등 상호관계에서 디자인의 의미를 찾는 커뮤니티전, 광주 폴리(Folly), 비엔날레 시티 등 여섯 부문으로 이뤄진 전시는 신문의 카테고리처럼 정치, 경제, 환경, 가정, 문화, 과학, 체육 등 일상적인 소주제로 세분화된다.

특히 13개의 작업으로 구성된 광주 폴리는 건축가가 총감독인 전시 특성을 살린 프로젝트다. ‘폴리’는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의 의미지만 광주에선 거리 시설물의 공공기능까지 강조된 도시활성화 프로그램으로 구현된다.

광주 폴리가 설치되는 구 광주도심의 경우 1910년 일제강점기 당시 무너진 광주읍성 터를 표시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현장과 아시아 문화전당 등을 중심으로 광주의 과거와 미래가 담긴 다양성의 공간을 만든다.

이 작업에는 승효상 총감독을 비롯해 이화여대 ECC건물과 미테랑프랑스 국립도서관 등을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 후안 헤레로스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가해 광주를 ‘디자인’한다. 관람객의 참여형태에 따라 변해가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도록은 전시가 끝난 후 만들 예정이다.

승 총감독은 이날 공동감독으로 선임됐던 중국 건축가 아이웨이웨이(54·艾未未)의 근황을 전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를 설계한 아이 감독은 중국 당국을 비판한 뒤 지난 4월초 베이징에서 탈세 등 혐의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3개월여 만인 지난달 23일 풀려났다. 승 총감독은 “지난 9일 베이징을 방문해 아이 감독을 만났다. 그는 1년 동안 출국을 금지당했지만 주제전시에서 파이프구조물인 대작 ‘필드(Field)’를 선보이고 이름없는 작가들의 ‘무명전’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유인화 선임기자·사진 김문석 기자 rhe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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