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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생활ㆍ여성 男女 속옷 빼고 다 바꿔 입는다!

올봄 패션 트렌드… 말랑한 남자 vs. 당당한 여자

2009년 일본 디자이너 가와쿠보 레이(Rei)가 '꼼 데 가르송' 컬렉션 무대에 치마 입은 남자를 세웠을 때만 해도 평론가들은 "파격"이라고 썼다.

그로부터 2년밖에 지나지 않은 2011년 봄, 어느덧 그 '파격'은 '일상'이 되는 흐름이다. 남성복은 이제 여성복보다 부드럽고 화사하다. 꽃·페이즐리·물방울무늬가 남자 옷을 뒤덮었다. 하늘하늘한 스카프는 남자들의 목과 허리춤을 휘감고 분홍·아이보리·민트·연노랑이 중요한 색채로 떠올랐다.

반면 여자 옷은 상대적으로 오히려 무뚝뚝해 보인다. 매년 꾸준한 강세를 보이는 미니멀리즘(단순주의)은 올해도 세력을 확장하는 기세다. 투박한 재킷, 남자친구 옷을 훔쳐 입은 것처럼 보이는 큼직한 청바지, 남자 정장 구두처럼 보이는 옥스퍼드 신발이 계속 인기다. 여자보다 더 달콤한 남자, 남자보다 '위엄' 있는 여자가 그렇게 올봄 거리를 활보하게 된 것이다.
 

▲ 몸에 장식 하나 달지 않은 여자. 재킷은 말끔하게, 바지는 투박하게 입었다. 반면 남자는 나비넥타이, 분홍 셔츠, 얇은 카디건으로 화사하게 꾸몄다. 옷을 짧게 입어 팔목·발목을 드러낸 것도 특징이다. /사진=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모델=한윤이·정솔뫼 헤어·메이크업=라인헤어 촬영협조=시스템·시스템옴므·커스텀멜로우·모그·스코노·오로비앙코·네오리즘·닉슨 워치 바이 갤러리어클락·로짜 바이 다리인터내셔날·홀하우스

◆연분홍·꽃무늬가 남자를 감싸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는 "이미 서울 강남과 명동 거리엔 꽃을 가슴에 달거나 손바닥만 한 스카프를 감은 남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11년 봄·여름 에르메스, 필립 림 같은 컬렉션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말랑말랑하고 화사한 남성복이 어느덧 거리 패션에까지 침투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올봄 신상품으로 나온 남자 옷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큼직한 꽃이 새겨진 바지, 주름 장식이 달린 셔츠, 물방울무늬 재킷까지. 색상도 분홍 아니면 흰색이 대부분이다. 지난달 탤런트 현빈이 드라마에 입고 나온 분홍색 봄 카디건은 이미 다 팔리고 재고가 없을 정도다. 패션 에디터 이현범씨는 "1970년대 영국 히피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소위 '글램룩'이 부활하면서 남자·여자 구분을 넘어 성(性) 해방을 주창했던 당시 목소리가 패션계에 새롭게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유행이 살집이 있는 남자에겐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흰색·분홍색은 몸집이 작은 이가 아니면 소화하기 어렵다. 이씨는 "위아래 같은 색으로 통일해서 입거나, 환한 색을 부분에만 쓰면 보통 체격의 남자들도 좀 더 무난하게 유행을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 남자는 꽃무늬 바지, 여자는 스웨이드 가죽 조끼와 체크무늬 셔츠로 힘을 줬다. /사진=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모델=한윤이·정솔뫼 헤어·메이크업=라인헤어 촬영협조=시스템·시스템옴므·커스텀멜로우·모그·스코노·오로비앙코·네오리즘·닉슨 워치 바이 갤러리어클락·로짜 바이 다리인터내셔날·홀하우스

◆무뚝뚝함, 여자옷의 기본이 되다

전문가들은 여성스러운 남성복이 최근에 유난히 돋보이는 유행이라면, 남자처럼 무덤덤하게 입는 여자들의 패션은 단순히 '반짝'하는 트렌드를 넘어선 현상(現狀)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타일리스트 서정은씨는 "소위 남자처럼 보이는 매니시룩은 예전엔 독특한 패션이었지만 이젠 여성 패션의 기본이 됐다. 디스퀘어드 같은 브랜드는 아예 대놓고 여성 컬렉션을 남자 옷으로 채웠을 정도다. 옷의 본질로 멋을 내고자 하는 여자들이 많아진 결과"라고 했다. 남자보다 활동적인 여성이 더는 놀랍지 않은 것처럼 매니시룩도 트렌드가 아닌 매 시즌 반복되는 일상이 됐다는 얘기다.

바지는 보통 한 치수씩 더 커졌고, 질감이 거친 옷이 많아졌다. 정통 신사복의 영향을 받은 옷도 늘었다. 체크무늬 셔츠, 연미복처럼 보이는 원피스도 눈에 띈다.

계절 바뀌는데… 하나씩만 바꾼다면


철이 바뀌었다고 옷을 전부 새로 사긴 어렵다. 하나씩만 바꾼다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남성복 '커스텀멜로우' 디자인실 김미경 대리는 올봄 유행에 민감한 남자를 위해 꼭 필요한 아이템으로 ①프티 스카프(petit scarf)와 ②나비넥타이, ③꽃이나 인형 모양의 코르사주(corsage)를 꼽았다. 모두 남성복보단 여성복에 많이 쓰이던 아이템이다. 프티 스카프는 목에 리본처럼 묶는 게 보편적이지만 2011 봄·여름 파리 컬렉션에선 허리춤에 장식처럼 꽂고 나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여자는 남자 구두처럼 보이는 ④굽 낮은 옥스퍼드화, ⑤징 장식이 군데군데 박힌 팔찌, 장식 없는 재킷부터 장만하면 유행에 접근하기 쉽다. 그래도 여성스러움을 잃고 싶지 않다면 옷 소재는 얇고 반투명한 것을 고른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기사입력 : 2011.02.1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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