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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스웨덴 소니에릭슨 수석 디자이너 김동규씨

[글로벌 영 파워] 역발상 소형 스마트폰 내놔 유럽 디자인상 휩쓸고 대박

[글로벌 영 파워] [7] 스웨덴 소니에릭슨 수석 디자이너 김동규씨
대학 졸업 후 취직 쉽지않자 친구 2명과 스튜디오 차려
글로벌 기업 눈에 들때까지 국내외 전시회 끝없이 도전 "세계무대선 독창성만 통해"

"디케이(DK), 어떻게 그런 기발한 디자인을 떠올렸습니까?"

지난해 9월 미국·스웨덴·일본·멕시코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일하는 소니에릭슨의 디자이너 100여 명 전원이 중국 베이징에 모였다. 향후 2~3년간의 글로벌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가장 자주 거명된 이름 '디케이'는 소니에릭슨의 유일한 한국인 디자이너 김동규(36)씨의 별명이다.

그는 현재 소니에릭슨의 주력 상품인 '엑스페리아 X10 미니'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2009년 여름 김씨는 음악 재생에 초점을 맞춘 '소형 스마트폰' 기획안을 사장에게 제출했다. 대형 액정 화면이 대세였던 스마트폰 시장에 내놓은 그의 '역(逆)발상'이었다.

▲ 지난 7일 스웨덴 소니에릭슨 UX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센터에서 이 회사 수석 선임 디자이너인 김동규(36)씨가 자신이 만든 스마트폰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현석 특파원 socia@chosun.com

화면 크기를 줄이면 배터리 크기가 작아져 무게와 가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지만, 문제가 적지 않았다. 일부 엔지니어들은 "좁은 화면엔 스마트폰 기능을 다 담지 못한다"며 반대했다. 김씨는 하나씩 대안(代案)을 내며 설득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많이 쓰는 기능이 4~6개밖에 안 된다는 점에 착안해 화면 네 모퉁이에 자주 쓰는 아이콘을 배열했다. 전화기를 비누 같은 곡선으로 디자인해 작지만 손에 쥐기 편하게 만들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김씨의 작품은 지난해 9월 시장에 선을 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의 소형 스마트폰은 '아이폰' '갤럭시S' 같은 큰 화면 스마트폰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확보했다. 지난 연말엔 'EISA(유럽영상음악협회)'가 주는 상과 독일 '레드닷 어워드' 등 유럽의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김씨는 소니에릭슨·소니·에릭슨 3사(社)의 '2010년 베스트 5' 직원으로도 뽑혔다.

글로벌 기업에서 잘나가는 디자이너지만 그의 학력은 서울산업대(현 서울과학기술대) 산업디자인과 학부 졸업이 전부다. 2001년 12월 졸업했지만, 취직은 어려웠다. 흔한 어학연수를 다녀온 경험도 없었고 토익 점수는 600점대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같은 처지의 친구 2명과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다. 말이 스튜디오지, 상호등록지는 집 주소였고 일터는 학교 실습실이었다. 밸런타인데이를 보름 앞두고는 "초콜릿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는 주제로 튜브 안에 초콜릿을 넣은 디자인 상품을 개발했다. 상품 카탈로그를 백화점·마트 같은 판매처들에 보냈고 서울 유명 백화점 등 몇 군데에서 제품을 납품해달라고 연락해왔다.

2002년 6월 미국계 디자인회사 컨티늄(Continuum) 한국법인에 입사원서를 내고 면접시험을 보면서 그는 이 '숨결 초콜릿'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취직한 지 얼마 뒤 회사 대표는 그에게 "작품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1주일 내내 회사 일로 야근하면서도 주말에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위해 또 야근을 했다. 그렇게 만든 작품이 국내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았고, 세계무대로 진출했다. 일본 '100% 디자인전'과 독일 '디자인 마이스터 영(Design Meister Young)' 전시회에서 BMW디자인웍스, 벨킨(Belkin)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그의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 소니에릭슨 관계자를 만난 것도 외국 전시장에서였다. 2008년 1월 스웨덴으로 옮긴 김씨에게 소니에릭슨은 개인 영어교사까지 붙여주며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지난 7일 이 회사 스웨덴 디자인센터에서 만난 그가 내민 명함에는 '수석 디자이너'라고 적혀 있었다. 3년 사이 두 번이나 승진을 거듭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인정받는 비결을 묻자 김씨는 "한국에서 일하던 대로 일했을 뿐"이라며 "미국·유럽 디자인을 모방하면 그들이 우리를 데려다 쓸 이유가 없죠. 오히려 우리만의 독창성이 세계무대에 통하는 힘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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