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사람들

로컬디자인이 더 빠르게 글로벌화 가능

세계서 주목받는 부산 차세대 제품 디자이너 김영우 씨

유리컵 속에서 쏟아지는 빛…빛…빛. 그 빛이 100통이 넘는 전 세계 디자인기업의 사업 제의와 잡지의 인터뷰 요청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김영우(26) 영우김디자인 대표. 지난해 2월 대학을 갓 졸업한 부산의 차세대 디자이너다. 그가 최근 직접 디자인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쏟아지는 빛'(Pouring Light) 램프가 세계 디자이너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그렇게 많은 호응을 받을 줄은…." 이메일은 지금도 매일 수십통씩 쏟아지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단순한 관심을 표명한 것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유리컵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램프 모양이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아요." 그는 담담하게 답했지만, 사실 그의 작품이 세계 디자인계로부터 주목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초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고의 디자인 경연대회인 '인터내셔널 포럼 디자인전'(IFD)에서 그는 4등상 수상으로 일찌감치 재능을 선보였다. 당시 출품작은 31개 국 2천여 개. 그때 그가 내놓은 작품이 '에코 우리날'(Eco-urinal). 손 씻는 물이 자동으로 아래로 흘러 소변기까지 함께 세척하도록 한, 물 절약 남성용 소변기였다. "에코 우리날이 외국의 유명한 디자인 TV쇼와 잡지, 전 세계 파워 블로거들에게 소개되면서 후속작에 대한 관심까지 끌어낸 거죠." 두 작품은 현재 특허권 일종인 디자인권 심사가 신청된 상태여서 곧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2월 동아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서울의 디자인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졸업을 8개월여 앞두고 우연히 동참한 부산디자인센터의 '코리아 디자인 멤버십' 스쿨이 그의 미래를 바꿨다. 주당 한 작품씩 선보여야 하는 '강도 높은' 아이디어 훈련이 그의 영감을 극도로 자극했고, 그 덕택에 그는 2년도 못 돼 두 개의 히트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그는 지난해 11월 부산디자인센터로부터 '차세대 디자이너'상을 받았다.

"부산이 서울보다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부산이라서 더 가능한 로컬 디자인을 통해 더 빠르게 글로벌화할 수 있습니다." 그가 그런 경우였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1인 창조기업으로 '영우김디자인'도 설립했다. 이때 부산시로부터 받은 지원금 2천만 원으로 지난해 해운대 바닷가의 파라솔에 대한 대변신 작업에 착수했다. 내달 16일 첫 공개 전시될 파라솔 천 가방과 아이패드 파우치 등이 그 변신의 주인공들이다. 얼핏 단순한 재활용 디자인처럼 보이는데 그는 고개를 저었다. "스토리가 깃든 추억입니다. 지난여름을 기억하는 우리의 생생한 추억이 가방 속에 저장된 겁니다." 그는 디자인에 이야기 꽃을 입힐 때 비로소 명품이 될 자양분을 갖게 된다고 자신했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 8면 | 입력시간: 2011-01-11 [10:42:00] 
(c) 2008 부산일보 & busan.com, 저작자 표시 + 비영리 + 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