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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장애인 예술가 매니지먼트사 디자인마이러브의 이윤형씨

흔히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고 한다. 예술은 삶을 더 풍요롭게 하지만 생존에 꼭 필요하진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은 특성상 여러 가지 면에서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그 수요가 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클래식 연주회를 보기 위해서는 티켓 값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와 공연을 감상할 육체적, 정신적 여유도 필요하다. 여기에 클래식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 또한 어느 정도 필요하다. 예술가는 이러한 다양한 조건들을 충족하고 자신의 예술 세계에 흥미까지 느끼는 고객이 있어야 밥 벌어 먹고 살기가 가능하니,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이 맞다.

그런 예술 활동을 장애인이 직업삼아 하는 실상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을 버는 장애인 예술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 일반인에 비해 핸디캡이 있는 그들에게 열려있는 예술적 공간은 전무하다. 그런 그들이 예술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주는 기업이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디자인마이러브’이다. 디자인마이러브는 장애인을 소속 예술가로 두고 그들을 매니지먼트하고 장애인 공연 팀을 운영하는 한편 공연을 주최하기도 하는 장애인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디자인마이러브 이윤형 대표는 장애를 딛고 일반인 못지않은 예술적 기량을 선보이는 그들이 주는 감동은 보는 이들에게 사회적 가치인 꿈, 열정,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디자인마이러브 대표 이윤형씨

디자인마이러브는 2009년 2월에 사회적 기업으로서 법인 설립을 했다. 이윤형 씨는 “법인 설립을 했지만 사업 아이템을 정하지 못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평소 다니던 “사랑의교회”에서 시각장애인분들의 공연을 보게 되었어요. 저분들이 예술가로서 안정된 일자리를 얻는다면 우리 사회가 달라질 것 같았죠.”라며 장애인 문화∙예술 분야로 사업 아이템으로 정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현재 디자인마이러브에서는 크게 3가지 일을 하고 있다. 장애인 예술가 매니지먼트와 장애인 공연 팀 운영 그리고 공연을 주최하는 일이다. 하지만 디자인마이러브에서 처음부터 매니지먼트나 공연을 주최하는 일을 한 건 아니었다. 사업 초기에는 장애인 공연 팀만 운영했었다. 하지만 예술 분야는 화려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장애인 공연 팀이 무대에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이윤형 씨는 “행사 주최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섭외할 권리가 있으면 장애인 예술가들을 무대에 세울 수 있으니까요. 또 장애인 예술가들이 문화 예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도 해야겠다고도 생각했어요. 장애인 관련 사업을 하기 위해선 이 분들이 필요한 모든 것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라며 업무를 확장한 이유를 설명했다.

디자인마이러브의 소속 예술가로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보컬 팀, 피아니스트, 발레리나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있다. 일반 연예기획사와 마찬가지로 디자인마이러브는 이들의 일정 관리, 홍보, 공연료 협상, 홈페이지 관리를 해준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이윤형 씨는 “일반 연예기획사는 연예인과 독점적인 계약을 하지만 디자인마이러브는 소속된 예술가가 얼마든지 다른 기획사와 계약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디자인마이러브에서 제공하는 매니지먼트는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 예술가가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디자인마이러브에서 제공해 주는 개념이다.

지난 10월 4일 디자인마이러브가 주최한 콘서트의 수익금 전액이 장애인 예술가 양성을 위해 사용되었다. 디자인마이러브는 외부 자금에 기대지 않은 채 어떻게 수익이 발생하는지 물었다. 이윤형 씨는 사회적 기업이 존재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질문에 답했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여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아이템이에요. 장애인 예술가를 후원하면 그들의 기량이 향상되어 그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겠죠. 이렇게 장애인 문화 예술 분야가 활성화되면 매니지먼트를 하고 공연을 주최하는 디자인마이러브의 수익은 자연히 늘어날 거예요.”라고 전하며 사회적 기업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은 곧 사회변화를 유도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은 사기업과 후원 단체가 추구하는 목표나 업무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 때문에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윤형 씨는 “디자인마이러브가 하는 일은 예를 들면 장애인 예술가가 가진 핸디캡을 플러스 요인으로 바꾸어 시장에서 통용될 만한 공연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이에요. 일반 사기업이 상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하죠.”라고 말했다.

그는 쉽지 않은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가 포기하지 않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장애인 예술가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시각장애인 바이올린리스트 김주원 씨라고 있습니다. 그 분과 만나기로 한 날 김주원 씨께서 약속 시간을 지키려고 뛰어오신 적이 있어요. 급하게 오시느라 숨차하는 모습에 감명 받았었죠. 그 때 그 분의 등에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짊어지고 한 쪽 어깨엔 도시락 통이 매여 있고 오른손엔 시각장애인 지팡이가 왼손엔 아내에게 줄 케이크를 들고 계셨어요. 그 분의 모습에서 모든 게 설명이 되는 것 같았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윤형 씨가 장애인 문화예술 사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그치지 않는다. 사업 활동을 통해서 사회를 ‘변혁’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문화는 영향력 있는 분야잖아요. 저는 이런 힘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쓰고 싶어요. 그래서 작게는 사회적 기업이 많이 생겨나 제2의 디자인마이러브, 제3의 디자인마이러브도 나왔으면 좋겠고, 크게는 각 개인이 개성을 표현하고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로 바뀌길 바라요. 그러려면 우선 사업이 어서 자리를 잡아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야죠.”

오현경/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기자 (웹場 baram.khan.co.kr)

입력 : 2011-01-09 16:50:03ㅣ수정 : 2011-01-10 11: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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