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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옛 그림에 디지털 입혀 봄·여름·가을·겨울 느낌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씨 작품
 

명나라 화가 대진의 그림 ‘산수’의 사계절을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작품. 디지털 화면 위에서 꽃이 피고 새가 날아다닌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 미디어 아트가 걸어들어왔다.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명청회화 특별전’.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 밝은 5폭 발광다이오드(LED) 병풍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병풍 안에는 앞서 전시에서 만나 눈에 익은 그림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새소리와 함께 꽃잎이 휘날리더니 비가 내리며 녹음이 짙어진다. 이윽고 단풍이 들고, 마침내 하얀 눈으로 뒤덮이며 계절의 마지막을 알린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41)씨가 중국 회화의 4계절 변화상을 디지털 풍경으로 만들어냈다. 중국 명대 산수화의 거장 대진·남영·시사신 등의 닮은 듯 서로 다른 작품 5점의 4계가 펼쳐진다. 고전의 이미지가 디지털의 옷을 입고 재창조된 것이다.

종이에 그린 그림은 단 한 계절밖에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나 미디어 아트 작품을 접하고 나면 옛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장된다. 한 계절의 산수만이 아니라 그림에 나타나지 않은 계절의 풍경까지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이남 작가는 미디어 아트로 ‘몽유도원도’의 4계절을 표현하고 뚱뚱한 모나리자를 보여주는 등의 명화 패러디 작업을 해 왔다. 최근 선 미술상을 받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땐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정상이 묵은 파크 하얏트 서울 객실 TV 화면, 환영 만찬장 등에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작업이 박물관의 전시에까지 접목된 것이다.

전시를 준비한 아시아부 박성혜 학예연구사는 “그림만 보여주는 전시는 어려운 측면이 있고, 중국 회화는 한국인에겐 더더욱 어려워 관람객이 조금이라도 쉽게 느끼고 갈 수 있도록 영상물을 활용해 봤다”며 “고미술에 관심이 많은 작가와 뜻이 맞았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30일까지 열린다. 무료.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0.12.27 00:23 / 수정 2010.12.27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