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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패션디자이너 소니아 윤

[문화 프런티어](3) 패션디자이너 소니아 윤

ㆍ팝 문화·고색창연한 박물관이 그녀에게로 와 패션이 되었다

“그들은 너무 젊고 그들의 시도는 성공했다. 이 두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자신들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짜릿하고 흥분된다.”

지난 9월9일,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패션위크에서 ‘벤소니’가 2011년 봄여름 컬렉션을 발표한 후 현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인 스타일닷컴에 소개된 평가다.

소니아 윤은 현재 여성복만 만들고 있지만 향후 남성복과 아동복은 물론 각종 패션 액세서리도 디자인해 벤소니를 글로벌 패션전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망을 밝혔다.

‘벤소니’는 미국의 명문 패션학교인 파슨스의 동창생인 벤저민 클라이번과 소니아 윤(28)이 2006년에 함께 만든 브랜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15개국에서 판매된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인인 소니아 윤은 지난 5일 서울 압구정동에 단독매장을 열었다. 벤소니란 브랜드는 아직 낯설지만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김태희가 입었던 흰색 코트나 제니퍼 로페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패션전문가들에겐 이미 알려졌다.

특히 그들이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맨해튼의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린 패션쇼를 통해서다. 그 자리에 모였던 패션 전문기자들과 전 세계 바이어들은 모두 탄성을 질렀다. 신인 패션디자이너 제품치고는 너무 과감했고 미국 패션 중심지인 뉴욕에서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 디자이너가 ‘미국’을 주제로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벤소니는 미국 팝문화를 패션에 도용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대표 브랜드인 코카콜라,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이미지를 활용해 의류 디자인에 적용한 것. 코카콜라 캔을 실크에 형상화해 미국 팝문화를 상징하면서도 품격 있는 고급 디자인을 구사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종이접기를 배웠는데 색색가지의 색종이를 다양한 모양으로 접으면서 막연히 패션에도 눈을 뜬 것 같습니다. 서양옷을 만들어도 그런 한국적 문화와 정서들이 제 옷에 담겨져 있어요. 글로벌시대여서 동서양이 혼합된 제 패션이 호응을 얻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는 영국에서 다녔고 다시 한국에서 선화예술학교를 졸업했다. 패션에 소질을 보여 미국의 파슨스대학에 입학, 학창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 전교 2등을 한 졸업작품이 뉴욕 삭스백화점 쇼윈도에 전시되고 레스토랑 유니폼 콘테스트에서 우승해 유니폼을 제작, 납품했다. 이를 계기로 1, 2등을 다투던 동창생 벤저민과 함께 각자 이름의 앞글자를 딴 ‘벤소니’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지난해엔 SFDF(삼성디자인펀드) 신인 디자이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미국 패션디자인 업계를 이끌 한국인 중 한 명으로 소니아 윤을 선정해 보도한 바 있다. 20대 후반, 그리고 자신의 브랜드를 만든 지 2, 3년 만에 너무나 커다란 갈채와 성과를 얻은 셈이다.

벤소니 제품은 이미 바니스와 노르드스톰 등 미국 고급 백화점에서 판매 중이다.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제니퍼 로페즈와 배우 레이첼 빌슨 등 팝스타들이 벤소니 제품을 즐겨 입고 있다. MTV의 유명 리얼리티 드라마인 <더 시티> 주인공 올리비아 팔래모, 뉴욕 신인모델 중 가장 유명한 샤넬 이만 등도 벤소니의 단골 고객이다. 이들이 벤소니 옷을 입은 것이 알려지면서 이들 제품이 매장에서 품절되기도 했다. 일본에도 상륙해 이세탄, 미쓰코시 등 백화점과 유나이티드 애로스 등 유명 부티크에서도 팔리고 있다.

“제 ‘학습교재’는 맨해튼에 산재해 있는 박물관과 갤러리랍니다. 지난번 패션쇼 주제인 미국 팝문화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비롯됐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된 재스퍼 존스의 화이트 플래그를 본 뒤 영감을 얻었거든요. 가장 첨단을 걷는 패션도 아이디어는 고색창연한 박물관에서 나올 때가 많아요.”


소니아 윤의 꿈은 원대하다. 현재는 여성복만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 남성의류나 아동복도 만들고 핸드백 같은 각종 패션 액세서리도 디자인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벤소니를 랠프 로렌이나 도나 캐런 같은 패션 전문회사로 키우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또 중저가의 다른 브랜드도 만들어 글로벌브랜드로 키우고 싶단다.

“제 역할모델은 대학선배이자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인 마크 제이콥스 전 루이뷔통 수석디자이너예요. 루이뷔통의 디자인을 맡아 골동품 같은 명품브랜드를 가장 패셔너블한 브랜드로 만들었죠. 저는 욕심도 많지만 운도 좋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꿈을 갖고 계속 도전할 생각입니다.”

소니아 윤은 이번에 서울에 첫 매장을 열며 자신의 작품이 한국에서도 사랑받길 기대한다. 항상 당당하고 개성있는 여성들을 떠올리며 옷을 만든다. “동양적인 미를 갖추면서도 에지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김연아 선수에게 내 옷을 입혀주고 싶다”면서 “도전정신만 있으면 패션이건 운동이건 다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 유인경·사진 김세구 선임기자
기사입력 : 2010-10-12 21:18:42ㅣ수정 : 2010-10-12 21: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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