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갤럭시S’의 디자인 개발을 진두지휘한 장동훈(52)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 그룹장(전무). 그는 최고의 디자인을 구성하는 DNA를 ’사람’에서 찾는다.
그가 설계한 휴대폰 곳곳엔 어떻게 하면 편하고 쉽게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배어 있다.
휴대폰이 진화하면서 멀티미디어 기능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쓰기 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수퍼 디자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갤럭시S에도 이런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학(이화여대 조형미술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지난 2006년 3월 삼성에 들어온 그는 휴대폰 사용자 환경(UI) 개발 분야에서 일하면서 여러차례 히트작을 냈다. 그 중에서도 그는 2008년 초 햅틱폰의 UI을 개발한 것을 가장 보람있던 일로 떠올린다. 햅틱UI는 시각, 청각, 촉각을 동시에 자극해 마치 휴대폰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갤럭시S 작업이 한창이던 작년에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등 유럽을 중심으로 건축, 공예, 예술품 등을 돌아보며 새롭게 떠오르는 최신 트렌드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그는 베니스 아트 비엔날레에서 봤던 전시 작품들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고 말했다. 평면 소재임에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전시물에서 영감을 받아 나중에 갤럭시S의 터치 제품의 배면에 깊이감 있는 표면 처리를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웃었다.
미래의 트렌드를 앞서 읽어내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바쁜 시간 속에서도 한 달에 한 두번은 공연을 보거나 극장에 가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정 시간이 나지 않으면 심야나 조조시간에라도 영화를 본다. 특히 공상과학(SF)이나 미래 장르를 다루는 영화는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돼 의무감 차원에서 꼭 본다.
’개그콘서트’나 ’뮤직뱅크’ 같은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박수치는 오락프로그램들도 챙겨 볼려고 노력한다.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젊은이들과의 갭(차이)을 줄이기 위해서란다. 자신의 밑바닥에 있는 감성을 끄집어 내기 위해 자주 TV 앞에도 앉는다. 드라마 만큼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노래하는 게 좋아 대학 시절(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시각디자인 전공) 남성중창단에서 활동했고 지난 2004년에는 ’열린 음악회’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변호사. 화가, 신문사 사장, 광고회사 사장을 하는 친구들과 5명이서 나갔는데 담당 PD가 ’라이징스타즈’라는 이름을 붙여줬어요.”
삼성에 들어와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 마다 사운드(sound) 디자인팀원들과 캐럴을 CD로 만들어 국내외 클라이언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직원들의 감성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런 그도 1년 반 동안 갤럭시S를 개발하면서는 마음고생이 많았다. 아이폰과 비교 대상이 되면서 질책도 많이 받았다. 애플을 따라 잡아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주위에서 걱정도 많이 들었다.
“스마트폰이란 것이 안에 들어가는 내용을 가지고 말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차별화 하기가 참 어려워요. 과거의 ’듣는 폰’에서 컨텐츠를 보여주는 여러가지 ’보는 폰’으로 진화하면서 이제는 넓은 디스플레이가 대세가 됐죠. 점점 와이드하게 변하면서 겉의 디자인은 슬림하고 심플하고 미니멀해야 하니까요.”
그가 말하는 갤럭시S의 ’수퍼 디자인’은 빛과 색, 선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하모니였다. “갤럭시S는 하나의 이미지에서 모티브(motive)를 가져왔다라기 보다 여러 구성 요소를 지니고 있어요. 우선 조형적인 측면을 설명하자면, 전면 프레임(frame)의 경우 견고한 구조를 잡아 주는 부분에서는 건축의 골조 구조 기능을 연상했고 사이드(side)의 유선 부분은 자동차에서 보여지는 공기역학적(aerodynamic)적인 부분을 모티브로 디자인됐습니다.”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심플한 조형에는 다이내믹(dynamic)한 에너지(energy)를 부여하고자 부드럽고 유연한 ’선’의 요소를 살려 흐르는 듯한 느낌의 표면으로 디테일(detail)을 표현했다고 했다.
갤럭시S에 최고의 미적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그는 디자인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기보다 풍부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을 가진 하나의 조형감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CMF(컬러ㆍ소재ㆍ마감)공법에서는, 최근 젊은층을 대상으로 인기 있는 액세서리 제품에서 착안해 고품질의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활용, 단단하면서도(solid) 가벼운(light) 소재로 깊이감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갤럭시 뒷면을 들어 보이며 “배면 커버를 보면 빛의 각도에 따라 그 속에 숨겨진 미세한 패턴, 컬러가 은은하게 드러나죠. 이것은 감성적으로 신비로운(mystic)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에게도 아쉬움은 남는다. “생산성을 겸비하기 위해 일부 디자인 요소들이 불가피하게 양보된 부분도 있어요. 디자이너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지만 차기 모델을 기획할 때는 도움이 되기도 하죠.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적으로 더 좋아진 부분으로 그립감(손에 쥐는 느낌)이 많이 개선된 점을 꼽았다.
앞으로 그는 한 시대의 ‘대표 스마트폰(Iconic Phone)’을 만드는 게 꿈이다.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쉽게 질리지 않고 오래갈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이 구현된 제품. 물론 그것은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최상현 기자/puquapa@heraldm.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
헤럴드경제 | 2010-07-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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