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뉴스=정용택 기자] “홀로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오늘은 우리가 산타가 될래요.”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는 건국대 예술학부 의상디자인학과 학생들이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겨울용 외투 30벌을 6개월 동안 정성스럽게 손수 만들어 선물한다.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1~3학년 학생 28명은 의류 회사와 취업한 졸업 동문 선배들이 실습용으로 보내주는 원단을 어디에 사용할지 생각하다가 독거노인들을 위한 방한용 패딩(점퍼)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고 지난 여름방학 이후부터 6개월 내내 겨울용 외투 30벌을 하나하나 직접 디자인하고 재단과 재봉, 바느질까지 모두 꼼꼼하게 직접 마무리했다.
학생들은 손수 만든 외투를 독거 노인들이 바로 입을 수 있도록 세탁과 다림질까지 해 22일 건국대 인근 서울 광진구 자양4동의 홀로 사는 노인들 집을 찾아가 점퍼를 한 벌씩 전달할 예정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따뜻한 겨울을 나실 수 있도록 우리가 직접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점퍼예요.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서 친손자 손녀가 만든 거라고 생각하고 입으셨으면 좋겠어요.” 6개월 동안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터치(Touch)'. 작업실 안에서만 머물던 디자이너의 생각을 사회와 교감하고 디자이너의 손짓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작은 기쁨과 희망을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다.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내고 일정을 조율해온 리더 안경호(26, 의상디자인 3)씨는 올해 초까지 종로구의 한 주민자치센터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보아온 독거 노인들의 어려운 생활을 생각해 이들을 위한 패딩 제작을 제안했고 그의 제안에 의상디자인학과 동료와 후배 학생 28명이 동참했다.
안씨는 “겨울 내내 하얀 마스크가 까맣게 되도록 입에 쓰시고 몸보다 큰 폐지를 끌고 언덕을 오르던 모습을 보면서 대학생으로서 작은 희망이라도 드리고 싶었다” 며 “우리가 어릴 적 새 신발을 신고 폴짝 뛰어본 것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새 옷을 입고 희망이라는 곳으로 외출 한번 하게 돕고 싶었다”고 했다. 이후 학생들은 패션 디자인이라는 재능을 살려 사회에 기부하는 방법으로 점퍼를 만들기로 하고 제대로 된 점퍼를 만들기 위해 6개월간 매주 한 번 모여 머리를 맞댔다.
구지웅(의상디자인 3)씨는 “고급 코트 옷감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편리하게 입을 수 있도록 수납 주머니를 달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색과 디자인을 알아보려고 노인용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하는 등 치밀한 리서치 작업을 진행해 어른들의 ‘굴절체형’에 맞도록 외투를 디자인했다.
정지영(27, 의상디자인3)씨는 “손동작이 더딘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왼쪽 소매에 교통카드 주머니를 따로 만드는 등 아이디어를 더했다. 어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단추를 쓰지 않고 스냅(똑딱이 단추)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투박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게 안감을 대고 솜을 적당히 넣었다. 선배들이 제공한 원단은 3종류였지만 유니폼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30벌 모두 디자인을 다르게 하고, 튀지 않으면서도 만든 학생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나게 했다.
이런 얘기를 들은 의상학과 사무실은 한 벌당 1만5000원을 지원하면서 작업실까지 내주었다. 이지은(21, 의상디자인 3)씨는 “아직은 학생이라 솜씨가 좀 떨어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예쁘게 봐주시고 즐겨 입으셨으면 해요. 그리고 건강하시구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광진구 자양4동 동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독거노인들이 사는 다세대 주택 옥탑방이나 반지하방을 찾아 손수 만든 외투와 기념품, 편지 등을 전달하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따뜻한 겨울을 기원했다.
정용택 기자
기사입력: 2011/12/22 [10:39] 최종편집: ⓒ 나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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