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영상

전자책계의 HTML5, ‘ePUB3.0′ 눈길

ePUB3.0 기반의 전자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멀티미디어를 지원하고 잡지 제작이 가능한 ePUB3.0을 적용한 사례가 9월27일부터 29일 사이에 열리는 ‘디지털 북 페스티벌 2011’에서 선보였다.

ePUB은 국제디지털출판포럼(IDPF)에서 전자책의 표준 파일로 제정한 파일 형식이다. 2007년 IDPF가 처음 제정한 뒤 2009년 EPUB2.0.1이 발표됐다. EPUB3.0은 공식 발표에 앞서 초안이 발표된 상태다.

EPUB을 제정한 IDPF는 전자책 시장의 강자인 아마존에 대응해 만들어진 단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어도비, 구글, 반스앤노블 등 전세계 25개국 250여개 전자출판 관련 업체가 회원사로 있다. 아마존은 ePUB 대신 ‘MOBI’라는 자체 파일 형식으로 전자책을 서비스한다.

‘디지털 북 페스티벌’에서 만난 ePUB3.0은 아직 초기 단계였다. ePUB 3.0을 적용한 콘텐츠는 전자책 출판사 ‘아이이펍’에서 샘플로 만든 책 1권뿐이었다. 전자책 오픈마켓 ‘유페이퍼’를 서비스하는 지니소프트는 ePUB3.0을 지원하는 뷰어를 공개했지만, 사용설명서로만 ePUB3.0을 체험할 수 있었다.

▲오른쪽이 ePUB3.0을 적용한 전자책이다. 뷰어는 아이북스를 사용했다.

아이이펍은 ePUB3.0을 적용해 제작한 전자책은 애플의 ‘아이북스’를 이용해 선보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국제 도서전 참가를 위해 만든 샘플용 책이라 유페이퍼의 뷰어는 이용하지 않았다.

김철범 아이이펍 대표는 “유페이퍼를 제외하면 아이북스만이 ePUB3.0을 지원하는 뷰어”라며 “국내외 여러 저작도구를 써봤지만, ePUB3.0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을 수 없어 사내에 있는 디자이너가 이른바 ‘날코딩’해서 제작했다”라고 ePUB 3.0 전자책을 제작한 뒷이야기를 말했다.

아이이펍의 전자책으로 본 ePUB3.0의 특징은 이렇다. 문제집처럼 편집 디자인이 복잡한 책도 별도 이미지를 쓰지 않아도 구현해낼 수 있었다. 색을 입힌 글상자와 단락마다 글자색을 다르게 입히고 서체를 다르게 지정하기, 배경이미지 넣기, 단락 지정하기, 들여쓰기, 동영상 넣기 등 PDF나 앱북에서만 보이던 모습이 ePUB 3.0에서도 구현된다. 글상자도 단순한 직사각형이 아니라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등 유려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지나 플러그인을 쓰지 않고도 HTML5를 활용해 웹에서 다이내믹한 효과를 구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ePUB3.0은 멀티미디어를 지원하고 잡지 제작이 가능하다지만, 아이이펍이 보여준 샘플은 아직까지 단순한 편이다. 김철범 대표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앞두고 급히 준비한 면도 있지만, ePUB3.0을 지원하는 저작도구가 없어 직접 코드를 입력해 작업한 것을 감안해주길 바란다”라며 “ePUB3.0은 우리가 보여준 모습 외에 웹페이지에서 구현해내는 걸 모두 지원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이펍이 제작한 ePUB3.0이 적용된 전자책(이미지 제공: 아이이펍)

ePUB 전자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병훈 지니소프트 대표에게 들을 수 있었다. 이병훈 대표는 “ePUB3.0은 출판사가 원하는 대로 모두 구현해낼 수 있다”라며 “앱북과 웹페이지에서 보이는 걸 다 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ePUB3.0은 좌표값을 인식해 앱북에서나 보이던 인터랙티브 기능을 넣고 mp4 형식의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텍스트에 맞게 음성을 출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아용 도서 앱, 율동동요 앱 등 앱북으로 제작하는 콘텐츠를 ePUB 전자책으로 만들어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앱으로 만들면 단말기와 운영체제에 맞게 따로 제작해야 하지만 ePUB 전자책으로 만들면 이런 부담도 덜게 된다. 이 정도면 ‘전자책 업계의 HTML5′라 부를 만 하다.

이병훈 대표와 김철범 대표가 공통적으로 말하듯, ePUB 3.0이 지원한다는 모든 기능은 앱으로 제작 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출판사와 콘텐츠 제작사, 저자가 굳이 ePUB3.0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앱’북과 잡지‘앱’이 ePUB 전자책으로 만들어지면 어디에서 팔릴지부터 생각해보자. ePUB 전자책은 교보문고와 예스24, 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 기반의 전자책 유통사에서 팔린다. 앱북과 잡지 앱은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 T스토어 등 게임을 비롯한 여러 앱이 뒤섞인 곳에서 팔리고 있다.

이렇게 제작된 앱북이나 잡지 앱은 제작비 부담도 적잖은데다, 게임 앱과 경쟁해야 한다. 도서 앱이 아무리 유려해도 ‘앵그리버드’와 경쟁해서 이기긴 어렵다. 또, 같은 책이라도 서점에서 팔 때와 달리 앱으로 만들면 2,3달러짜리 앱에 맞춰 가격이 떨어지는 경향이 짙다. 앱은 해당 앱스토어 내에서 마케팅하거나 독자를 상대로 이벤트할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

앱으로 제작하던 책을 ePUB 전자책으로 만들어 교보문고와 예스24, 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 유통사에서 팔면 이벤트와 마케팅 벌이는 게 수월해진다. 김철범 대표는 “앱스토어와 전자책 유통사에는 사람들이 접속하는 의도가 다르다”라며 “잡지도 각 잡지 앱마다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배포하지만, 책시장으로 들어오면 유료화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요컨대, 게임을 사러 앱스토어에 들어온 사람에게 책 팔기란 쉬운 노릇은 아지만, 출판사와 잡지사가 기존 서점이 아니라 앱스토어를 찾아가는 건 다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이병훈 대표는 “표와 이미지를 넣는 건 ePUB 2.0에서도 가능했지만, 이를 지원하는 뷰어를 마련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라며 “ePUB 2.0조차 제대로 지원하는 뷰어와 콘텐츠가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국내에 나온 전자책 뷰어 대부분이 ePUB2.0조차 제대로 지원하지 못해 ePUB 전자책이 A유통사 뷰어에서는 보이고, B유통사 뷰어에서는 깨지기는 현상이 만연하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출판사들은 표와 이미지가 있는 책은 전자책으로 출간하길 꺼려 왔다.

전자책이 ePUB 3.0으로 만들어지면 이용자는 64GB 아이패드를 사거나 안드로이드 단말기에 SD카드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즐겨찾는 전자책 유통사에서 책을 구매해 필요할 때 기기에 내려받아서 읽고, 필요 없으면 기기에서만 삭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니소프트가 ePUB3.0의 공개된 기능을 지원한 뷰어를 공개했다. 위는 ePUB3.0을 적용한 다양한 예시 화면이다.(이미지 제공: 지니소프트)

by 정보라 | 2011. 09. 28 borashow@bloter.net. 트위터: @bora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