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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예뻐야 산다"… 임원이라도 디자인은 못 바꾸더라

오디오 회사 뱅앤올룹슨 가보니…
제품 개발 초기부터 디자이너 20~30명 참여
신제품 '베오비전10' '몬드리안 작품 같다' 호평

▲ 베오비전10 TV'5살짜리 아이들도 쉽게 쓸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단순한 제품을 만들어라.'

애플의 이야기가 아니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명품 오디오 회사 뱅앤올룹슨의 디자인 철학이다. 덴마크 북서부 해안가의 시골 마을 스트루어에 자리 잡은 뱅앤올룹슨 본사 지하 1층 제품 체험관.

실제 집안 거실처럼 꾸며놓은 165㎡(50평) 남짓한 이곳에 들어서자 정중앙에는 뱅앤올룹슨의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베오사운드8'이 놓여 있었다. '베오사운드8'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소형 디지털 음악 기기와 연결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스피커다. 버튼이 단 1개에 불과해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피커 가운데 MP3 플레이어를 끼워 넣고 듣고 싶은 음악만 클릭하면 그만이다. 파리 두 눈처럼 큰 동그라미 모양을 한 스피커가 나란히 배치돼 시각적인 효과까지 더했다.

덴마크 하면 사람들은 낙농업을 떠올린다. 뱅앤올룹슨은 그런 덴마크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는 회사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최고급 오디오와 프리미엄 TV가 회사를 대표하는 제품이다. 지난해 매출은 5800억원. 삼성전자·소니 같은 글로벌 전자업체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마니아층을 자랑한다.

이 회사의 최대 강점은 디자인이다. 뱅앤올룹슨은 신제품을 만들 때 디자인을 먼저 정하고, 그 후 제품을 만든다. 회사 경영진은 디자이너에게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디자인 변경을 요구할 수는 없다. 이른바 '디자인 제일주의'다.
 

▲ 덴마크에 있는 뱅앤올룹슨 본사는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운 회사답게 외관이 유리로 돼 있어 투명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사무실과 회의실도 유리벽으로 만들어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 뱅앤올룹슨 제공

뱅앤올룹슨은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디자이너 25~30명과 콘셉트 개발자, 엔지니어, 경영진이 모여 각자의 아이디어를 토론한다. 디자이너 토르첸 발뢰르씨는 "디자이너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확인하고, 엔지니어들도 기술적으로 필요한 디자인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한 TV '베오비전10'도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거실 어느 위치에서든 고객들이 편안하게 TV를 볼 수 있도록 화면이 움직이도록 한 것이나, 하단부에 스피커를 달자는 의견은 엔지니어의 의견을 디자인에 반영한 것. 여기에 디자이너들의 영감을 살려, 고객 취향에 따라 하단부 스피커 색상을 화면과 다르게 꾸미도록 했다. 이 제품은 마치 현대 추상미술의 대가 몬드리안의 작품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트루어(덴마크)=장우정 조선경제i 기자 woo@chosun.com 

기사입력 : 2011.08.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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