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건강 때문에 탄산음료를 피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사이다 한 병이 귀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의 결과 ‘미래는 콜라가 더 흔해져 물 대신 마시게 될 것’이란 역설이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지 몰랐다. 1960년대 미국 사회는 대량 생산과 유통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렸고, 이런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을 미술로 표현하는 팝아트가 등장했다. 그중에도 앤디 워홀은 슈퍼마켓에 넘쳐나는 식료품과 생활용품, 특히 미국 주요기업의 상표를 단순한 이미지, 화려한 색채, 반복적이거나 거대한 화면 구성으로 재현했다. 미술이 아니라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광고 디자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기법이었다.
이 작품은 손에 꼭 쥐일 듯 보이는 투명한 녹색의 독특한 병 디자인을 작품에 채택했다. 모두 동일한 유리병들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찍어 놓았지만 모두 똑같지 않다. 조금씩 다르게 한 차이를 느끼게 하는 것이 또 다른 묘미다.
단조롭게 같은 상품만을 가득 채운 진열장을 보는 것 같기도 한 이 그림은 무표정한 단색조의 명상적인 색채나 반복적이고 평면적인 구성이 오히려 시선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특히 탁 쏘며 짜릿한 맛을 내던 새까만 빛의 음료에 매혹되던 지난날의 문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행복의 최면을 걸어온다. 지금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는 ‘휘트니 미술관전’에서 볼 수 있다.
김영동(미술평론가)
| 기사입력 2011-07-28 10:09 | 최종수정 2011-07-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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