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재미있는 디자인, 친근한 어투, 이야기하는 보고서로 '변신'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트렌드
스토리텔링 도입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관계자와 소통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는 기업이 매년 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에 따르면 2003년 3개 기업이 발간했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2010년 한 해 동안 41개 기업이 발간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매출·이익 등 재무 성과는 물론 사회 공헌 등 비재무 성과도 망라하는 기업 경영 전반에 관련된 보고서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의 임태형 소장은 "최근에는 기업들이 사회공헌백서를 없애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통합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사회공헌백서가 기업이 한 착한 일을 자화자찬하는 보고서 형태라 외부로부터 공인을 받기 어려운 반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국제 표준 작성 기준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에 맞춰 쓰는 것으로 GRI 사이트에 보고서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국내외에서 공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삼성SDI, 현대자동차, 포스코, 롯데쇼핑의 최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이처럼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대세가 되면서 최근 기업들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고민하는 기업 담당자들에게 오래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온 기업들의 보고서를 살펴보며 최신 트렌드를 읽으라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회사가 2003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온 포스코, 삼성SDI, 현대자동차와 기업의 지속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수인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월드(DJSI World)에서 소매업 분야 세계 최고 기업으로 뽑힌 롯데쇼핑 등이다.
이들 기업의 보고서를 읽어보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의 최신 트렌드가 '스토리텔링 강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를 쓸 때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3대 요소인 줄거리(한눈에 보이는 구성과 이야기하듯 친근한 어투), 캐릭터(각 기업의 사업 영역과 사회의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 이슈 선정), 시점(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사전·사후 단계에 충실히 반영)을 잘 살리는 것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보고서'를 '읽히는 보고서'로 바꾸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잘 읽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소비자, 투자자, 협력사, 정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잘 읽혀야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들 기업은 일단 보고서를 50페이지 이내로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했다. 글 읽는 입장에서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이야기하듯 편안한 어투를 사용한 점도 돋보였다. 내용면에서도 GRI 항목 100여개에 맞춰 순서대로 쓰던 기존의 나열식 보고서를 지양했다. 큰 항목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꼭 들어가야 할 3대 요소인 경제·환경·사회로 구성하되 작은 항목을 각 기업의 색깔에 맞는 10개 내외의 이슈로 나눠 차근차근 풀어갔다. 삼성SDI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항목을 'Green Economy Story(경제), Ecofriendly Story(환경), Harmony Story(사회)'의 큰 항목으로 나누고 작은 항목으로 자사의 이슈 12개를 정해 보기 좋게 배치했다.
보고서에 들어갈 이슈를 선정하는 과정에는 이해관계자를 적극 참여시켰다. 포스코는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인터뷰 형식의 포럼을 개최하고 국내외 1200명의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해서 직원, 주주, 소비자, 정부, NGO, 지역 주민, CSR 전문가 등 다양한 내·외부 이해관계자 집단이 알고 싶어 하는 관심 이슈를 도출해냈다. 지속가능경영 자체가 여러 이해관계자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보고서에 들어갈 이슈를 정할 때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아예 보고서 작성 후에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보고서를 검증하도록 했다. 이 회사는 2007년부터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검토위원회를 만들고 보고서에 이들의 긍정적 의견은 물론 부정적 의견까지 균형 있게 싣고 있다.
CSR컨설팅회사인 플랜엠의 김기룡 대표는 "예전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낸다는 것 자체로 이슈가 됐지만 이제는 어떤 기업이 좀 더 눈에 띄는 보고서를 쓰느냐가 중요해졌다"며 "보고서를 쓰는 목적이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임을 잊지 말고 소비자도 볼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는 보고서를 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보고서에 대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는 등의 변화를 시도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이미 1999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기 시작한 해외 우수 기업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코카콜라와 유니레버를 모범 사례로 꼽았다.
최세미 더나은미래 기자 smchoi@chosun.com
기사입력 : 2011.04.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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