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걸 교수의 공공디자인 클리닉 <5> 시각 공해 현수막 게시대 없애자
끊임없이 증가하는 옥외광고물이 도시경관을 어지럽힙니다. 지자체들이 옥외광고물의 크기와 수량을 줄이는 정책을 펴지만 좀체 줄지 않는 것이 현수막입니다. 현수막은 세계 선진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간혹 건물 외벽에 걸어 행사나 공공정보를 알리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상업광고 수단으로 널리 퍼져 있는 곳은 없습니다. 대신 선진도시들은 작고 예술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포스터와 배너를 활용합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의하면, 현수막 광고는 건물 부착식과 지정 게시대 방식으로 분류됩니다. 전국 도시와 가로변에 만연되고 있는 이 게시대는 불법 현수막을 근절하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자체로서 경관을 훼손하는 흉물입니다. 설치되는 현수막의 규격은 가로 7m에 세로 1m 내외로 현수막 한 장의 면적이 대형 포스터의 20배가 넘습니다. 게시대 높이도 2층 건물 높이에 해당합니다.
내용도 공공성을 띤 것은 거의 없고, 상업광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데다 때로는 낯 뜨거운 문구도 보게 됩니다. 보행자와 운전자의 눈에 잘 띄는 지점만을 찾아 넓은 면적의 게시대를 세우니 더욱 시각공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정온(靜穩)해야 할 주거단지가 게시대로 인해 상업지역처럼 보이기도 합니다<사진A>. 게시대를 없애고 시멘트 옹벽에 담쟁이를 올려 친환경적 공간으로 바꿔야 합니다. 보도상의 환기구조물은 주변에 관목을 심어 자연스럽게 가리고, 경계석으로 가로막혀 있던 벤치도 이용자 편의를 위해 바닥면이 벤치 하부까지 따라 들어가도록 해야 합니다<그림B>.
대형 상업광고가 공공정보를 압도하고, 경관을 가리며 시민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상황은 개선돼야 합니다. 현수막 지정 게시대는 결코 대안이 아닙니다. 현수막 광고를 근절하기 위해 옥외광고물의 재료와 기술, 광고기법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량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자적 방식의 매체, 작고 검소한 생활정보 게시대의 확충 등 정보량과 정보 면적을 줄일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권영걸 서울대 교수 ·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중앙일보] 200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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