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영상

게임이 낯선 법, 법이 답답한 게임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올해 게임업계에는 유달리 법과 관련된 충돌이 많았다.

게임시장 개방에 대한 뒤늦은 대응은 결국 게임법 개정안의 오픈마켓 사전심의 논란으로 이어졌고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 문제, e스포츠 대회의 저작권 문제 등에 대한 법적 소송도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이는 IT산업의 첨병인 동시에 게임중독, 사행성 등 사회적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임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 같은 갈등은 개방성이 강조되는 스마트 모바일 시대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게임 오남용 규제안에 대해 합의를 이룸에 따라 오픈마켓 사전심의 완화를 내용으로 한 게임법 개정안이 2년여 만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게임법 개정안은 오픈마켓이라는 새로운 유통 구조의 등장으로 생겨난 법안이다.

지금까지 게임물은 영상물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기술을 가진 업체나 개인이 개발해 다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일방향으로 공급돼왔다.

하지만 게임제작기술이 간단해지고 게임도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단순하게 진화하면서 개발자와 사용자의 경계가 사라지게 됐고 사전심의제의 적용도 현실성이 떨어지게 됐다.

결국 이번 게임법 개정안은 자율심의에 대한 필요성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사전심의가 적절하지 않은 현실에 떼밀린 `고육지책'의 성격이 컸다.

대법원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아이템을 일반적인 게임머니와 구분 짓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아이템 현금 거래 논란에 불을 댕기기도 했다.

지난 1월 대법원은 2억3천만원을 주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의 게임머니를 구입한 뒤 타인에게 되팔아 2천만원 상당의 차익을 낸 김모 씨 등 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MMORPG의 아이템은 현금 거래 금지 대상이 아니다"라는 소극적 판결이었지만 이를 통해 온라인 게임 아이템의 획득을 노동 과정으로 인정하고 이를 오프라인상의 재화와 교환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게임물등급위원회가 현금거래 게임에 대한 등급거부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최근 온라인 게임 아이템 중개 사이트를 유해매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까지 이어지면서 게임 아이템 문제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표류 중이다.

새로운 지적재산권의 개념을 등장시키면서 결국 법정 소송으로까지 비화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대회의 공공재 논란 역시 올해 게임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대표적인 법률 논쟁이다.

현재 블리자드와 공식 라이선스 계약사 곰TV는 라이선스 계약 없이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중계해 온 온게임넷과 MBC게임을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및 무단 사용에 대해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한국e스포츠협회 등은 지난 10여년간 프로리그 선수들과 함께 e스포츠의 산업기반과 모델을 만들고 이를 국제적인 이벤트로 성장시킨 성과를 저작인접권으로 인정해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음악이나 미술 등 일반적인 문화 콘텐츠와 다르게 온라인게임에는 저작인접권의 귀속 문제에 대한 선례가 전혀 존재하지 않아 명쾌한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 김성수 변호사는 "이번 e스포츠의 저작인접권은 지금까지 선례가 없는 새로운 개념"이라면서 "이번 분쟁의 결과는 향후 온라인 콘텐츠의 저작인접권 문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에 이처럼 올 한해 법률 논쟁이 빈번했던 이유는 게임 자체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산업인데다 IT 신기술까지 결합되면서 기존의 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 이 같은 논란은 IT신기술과 결합해 급성장한 게임을 사용자들이 올바로 소비하지 못하거나 구세대들이 게임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생겨나는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으로 읽히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산업진흥 문제 이전에 청소년보호문제와 맞물려 있어 매우 복잡하다"면서 "법규정과 사회적인 정서를 감안한 판례들이 축적되면서 저작인접권, 게임 아이템 등 생소한 개념들도 조금씩 방향을 잡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 기사입력 2010-12-28 06:21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