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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제품 디자인에 ‘한국 전통 미’ 입혀라

식음료·주류 업체들 포장·브랜드에 전통 바람
 

식음료업체마다 자사 제품에 ‘한국 입히기’ 경쟁이 한창이다. 순수 우리 농산물로 제품을 만들고, 제품 포장용기를 도자기로 꾸며 한국의 전통미를 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 미국 등 외제 느낌이 나도록 한 디자인과 내용물이 주류를 이루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거치면서 우리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급 증류소주 ‘화요(사진①)’는 포장과 용기를 보다 한국적으로 리뉴얼해 판매량을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 3월 병 디자인을 고려시대 철화 청자 모양으로 바꾼 이 제품은 올 들어 10월까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가량 늘었다.

병 겉면의 라벨에는 캘리그래피(서양식 서예) 기법을 적용해 두 신선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시를 읊는 풍경을 형상화했다. 이 제품에는 아스파탐 같은 일체의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

또 주요 국제 주류 대회에서 수상하며 화요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 회사 조희경 이사는 “제품 디자인을 바꾼 게 반응이 좋았다”며 “100% 국산 쌀로 만들고, 희석식 소주에 첨가되는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는 등 우리나라 전통의 소주 제조기법을 이용한 점을 강조한 마케팅도 큰 효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SPC그룹의 전통떡 프랜차이즈인 ‘빚은’은 젊은 소비자를 공략 중이다. 백설기·찰떡·인절미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떡(사진②)에 초콜릿·크랜베리·블루베리·치즈 등 현대적 재료를 넣어 아이들은 물론 20대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2007년 30억원 선이던 매출은 올해 280억원대(추정치)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G20 정상회의 때는 이 회사 제품을 미디어센터 등에 공급해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었다.

외국 제품에 친근감을 더하기 위해 한국 전통의 디자인이나 민화 소재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와인이 대표적이다. LG상사 트윈와인은 올해 초 만화가 허영만 화백이 직접 그린 호랑이를 와인 라벨에 담은 ‘호랑이 와인(사진③)’을 총 1만2000병 한정 제작해 전량 판매했다.

이 회사는 토끼해인 2011년을 겨냥해 토끼 라벨의 와인도 곧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 김수한 대표는 “호랑이 와인이 성공한 것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컨셉트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식을 접목했기 때문”이라며 “와인은 어렵다는 편견을 줄이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적인 이름을 통해 제품의 속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동아오츠카는 지난해 출시한 유자차 음료 제품에 ‘겨울나기(사진④’란 이름을 붙였다. 겨울철 감기 예방에 좋은 모과와 생강·배 등의 재료를 넣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샘표식품도 지난해 말 출시한 식초를 ‘백년동안 ’이라고 명명했다. 한국야쿠르트는 마늘과 홍삼을 소재로 한 건강식품인 ‘발효 흑마늘 삼(蔘) ’을 출시해 하루 평균 1만6000여 개를 판매하고 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0.11.22 00:14 / 수정 2010.11.22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