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중학교 <혜원이와 친구들>, 생각의 차이가 환경을 바꿨다
ⓒ 곽진성 중학교 벽면
7월 29일, 부산 냉정역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이색적인 한 중학교 담벼락을 보고 멈춰섰습니다. <혜원이와 친구들>이라는 글자가 써져있는 담에 학생들의 등교 풍경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 곽진성 그림
처음에 멀리서 봤을 땐, 그저 '누군가 낙서한 거 아닌가?' 정도로 생각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혜원이와 친구들>이란 이름의 그림이 수준급 실력이었기 때문입니다. 길게 늘어서 있는 학교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환상적이고 멋집니다.
ⓒ 곽진성 학교 담 그림
ⓒ 곽진성 학교
혹 어느 예술가가 '즉흥적으로' 그래피티를 남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그림의 '정성'이 남다릅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혜원이와 친구들>은 '그림'과 '텍스트'가 담 공간에 알맞게 배치되어 있는 등, 상당히 체계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즉흥적인 그 무엇도 아닌 것 같습니다. 과연 <혜원이와 친구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궁금한 것은 그냥 못 넘어가는 성격이라, 관련 내용을 찾아본 끝에 이 그림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그림은 주례중학교와 이웃한 동서대 '퍼블릭디자인 앤 라이팅연구소'와 디자인학부 소속 학생 20여 명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았던 이 작품에는 삭막해진 학교 담벼락을 고민하던 주례중학교 교장 선생님의 고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구청과 여러 대학을 돌며 방안을 문의하던 차에 이웃한 대학이 교장 선생님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획기적인 방안을 내놨다고 합니다. 그것이 <혜원이와 친구들>이었던 것이죠.
2009년 6월에 그려진 이 그림들로 동네는 '갤러리'가 된 듯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생각의 차이 하나가 '삭막한 학교 담장'을 '예술적인 학교 담장'으로 만들었다니 놀랍습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작지만 놀라운 변화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10.08.07 13:02 ㅣ최종 업데이트 10.08.07 17:43 곽진성 (jinsung007)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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