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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세계의 도시철도 디자인 탐방] 03 스페인 빌바오

흐름을 연결하는 유기적 터널, 빌바오 지하철역사 디자인

세계의 도시철도 디자인 탐방 싣는 순서

01. 요코하마
02. 런던
03. 빌바오
04. 후쿠오카
05. 파리
06. 도쿄
07. 베이징, 홍콩, 센젠, 상하이
08. 바르셀로나
09. 오사카
10. 로테르담

빌바오는 이베리아 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스페인의 작은 문화도시이다. 구겐하임미술관으로 대표되는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으며.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세비야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를 갖고 있는 도시이다. 빌바오는 14세기부터 상업항으로 발전하여 철강제조업과 조선업으로 특화된 전형적인 산업도시의 구조를 갖추었는데, 1970년대 말 산업위기와 함께 도시경제가 몰락하면서 각종 사회문제가 극심해지고 도시전체가 폐허로 변해가는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빌바오시는 산업위기의 극복방안을 수립함에 있어 경제 구조적 문제개선을 넘어 지속가능한 획기적 도시체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도시재생을 위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였다. 빌바오시의 계획들은 문화적 발전과 경제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측면을 간파하고 이를 담기위한 것들이었다. 이에 따라 1991년 빌바오시는 구겐하임 미술관 재단을 적극 설득하여 분관을 유치하고, 국제지명 설계공모전을 실시해 아라타 이소자키, 쿱 힘멜브라우, 프랭크 게리를 초대하였고 이 중 게리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1997년 완공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유기적인 형상과 마치 생선비늘과 같은 티타늄 패널마감의 독창성으로 오늘날 빌바오의 랜드마크를 넘어 세계 도시재생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네비온강과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전경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가 설계한 ‘빌바오 구게하임 미술관’ - 햇빛에 반사된 3만여 개의 티타늄 조각이 카멜레온처럼 다채로운 색을 만들어내어 미술관 자체가 거대한 시각적 환상을 선사하고 있다.


스페인 빌바오의 지하철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발렌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건설된 도시철도이며 수송객수에 있어서는 2009년에 8천 7백만 명을 수송해 바르셀로나, 마드리드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이고, 총 노선길이는 40.61Km(2009기준)에 38개 역사가 운영되고 있다. 1995년 건설된 1단계 구간의 노선은 크게 두 가지로 Y자형의 노선체계를 갖고 있으며, 2011년 2단계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오틀 아이허(Otl Aicher)가 디자인한 빌바오 지하철의 심볼마크 - 굴러가는 바퀴를 형상화하여 교통수단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강렬한 색채로 가독성과 명시성이 뛰어나다.

빌바오 지하철은 터널형과 트렌치형 두 가지로 표준화하여 기둥 없는 긴 튜브 또는 박스와 같은 명쾌한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거대한 공간이 하나의 동굴과 같은 형태로 형성되어 있는 가운데, 이 공간 내에 매달린 강철구조를 통해 메자닌(mezzanine)형식-하나의 공간 내에 설치된 간이형태의 복층구조-을 구현하여 매표공간과 탑승공간이 한 공간 내에서 동시에 경험되는 독특한 대비적 연속성과 공간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지하철 역사를 디자인하고 설계했던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는 이러한 공간에 대해 ‘터널의 모습은 자연의 힘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이를 건설한 사람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구조는 존경받아야한다.’고 그 구조적 당위와 가치에 대해 자부한 바 있다. 
 

빌바오 지하철의 메자닌(mezzanine) 구조 - 매표공간을 부상시켜 떠 있는 공간처럼 표현하고 기능적으로는 탑승공간을 최단거리로 잇는 명쾌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공간속의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보편적인 지하철 설계방법과 명백히 대비된다.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가 디자인한 터널형 표준디자인

트렌치형 역사 - San Inazio역(위), Sarriko역(아래), Wikipedia자료인용

빌바오 지하철의 출입구는 지역어로 ‘포스테리토스(fosteritos)’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강철프레임과 곡면형 유리구조로 독특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 출입구는 바로 연속되는 에스컬레이터로 이어지면서 매표공간을 지나 탑승공간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동공간은 어떠한 부가적 장식이나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콘크리트 캐스팅으로 마감된 곡면과 최대한 자연스럽게 빛을 분산시키는 조명체계가 조화되어 있다.   


빌바오 지하철의 출입구 캐노피 디자인 - 원통형 파이프는 굵게 하나로 사용될 때 투박해 보이지만 얇은 파이프 및  덧씌워진 곡선유리로 인해 가볍고 생동감 있는 구조로 연출되고 있다.
모든 금속재는  무광택으로 사용되어 반사를 줄임으로써 도시경관에서 차분함과 안정감에 일조하고 있다.

이처럼 전체공간은 최종목적지인 절제된 하나의 거대한 튜브와 같은 공간을 향해 연속적인 작은 터널이 관을 연결하는 것처럼 유기적 연계성을 연출하고 있다.

이동공간으로서의 터널 - 빠른 속도와 움직임의 공간에서 환경부하를 줄이기 위해 광고나 게시물 등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쾌적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보다 작은 요소로 빌바오 지하철은 각종 시설물과 벽면 매입형 시설물들이 모두 통합디자인의 관점에서 잘 연계되어 있다. 특히 소화기는 반드시 눈높이에 설치하고 투명창으로 설치하여 어느 위치에서나 잘 보이도록 하고 있으며, 휴지통과 벤치 등도 무광의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하여 광택도를 없앰으로써 난반사를 없애고 시각적으로 정연한 역사의 디자인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소화기의 벽면 눈높이 매입 - 스페인의 공항, 지하철 등에서 소화기는 모두 눈높이에 설치되어 비상시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벤치 - 매우 긴 벤치를 활용해 잠시라도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분리수거 휴지통 - 전체 컨셉에 대응하는 튜브형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다.

빌바오의 도시철도 전체에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심볼마크와 서체는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로고디자인으로 유명한 오틀 아이허(Otl Aicher, 1922~1991)의 디자인이다. 그는 20세기 그래픽 디자이너 중 단연 거장으로 꼽히고 있다. 아이허는 잉거 숄, 막스 빌 등과 함께 울름조형대학을 이끈 인물로도 유명한데, 이 학교는 현대 디자인 교육의 기초가 되었던 바우하우스를 계승해 2차 대전 후 브라운(Braun)사와 함께 산학협동을 통한 디자인을 뿌리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가 1972년 뮌헨 올림픽을 위해 디자인한 픽토그램들은 ‘스포츠 픽토그램’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모든 것을 디자인으로 생각하고 디자인으로 실천하는 도시 빌바오, 세계 최고의 창의도시를 일구어낸 그들의 무한 경쟁력은 ‘디자인’이다. 그 속에서 지하철 역시 충실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도시의 교통수단은 가장 명쾌한 도시브랜드이며 관광객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빌바오 지하철의 서체와 픽토그램 - 서체와 여백의 관계설정이 뛰어나고 색채의 선정이 뛰어나 가독성이 우수하고, 픽토그램의 형태가 명확해 공간에서의 인지성이 뛰어나다.

 

글/사진 최성호 한양사이버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교수

최성호 교수 약력
-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 학사
- 홍익대학교, 서울대학교 공간디자인학 석사
- 한양대학교 디자인학 박사수료
- 한양사이버대학교 연구학생처장
- (사)한국공공디자인학회 부회장
- 서울디자인위원회 위원
- 혁신도시 공공디자인 기본계획 총괄연구원
- 하남미사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총괄MP
-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환경개선사업MP

[출처] [세계의 도시철도 디자인 탐방] 03 스페인 빌바오 |작성자 TopG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