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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세계의 도시철도 디자인 탐방] 04 일본 후쿠오카

[세계의 도시철도 디자인 탐방] 04 일본 후쿠오카(나나쿠마선 지하철 역사 디자인)

배려하는 디자인으로의 접근, 후쿠오카 나나쿠마선 지하철역사 디자인

세계의 도시철도 디자인 탐방 싣는 순서

01. 요코하마
02. 런던
03. 빌바오
04. 후쿠오카
05. 파리
06. 도쿄
07. 베이징, 홍콩, 센젠, 상하이
08. 바르셀로나
09. 오사카
10. 로테르담

최근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포괄적 디자인, 배려하는 디자인, 범용디자인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지만 기본개념은 신체적 장애의 유무나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고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의미이다. 이 개념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개념에서 더 나아가 서비스나 커뮤니케이션까지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는 디자인의 공공적 이념을 실현하는 것이다. 일본의 지하철은 대부분 건설시기가 우리의 지하철보다 오래되어 장애인이나 고령사회에 대비한 하드웨어적 시스템이 현저히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 후쿠오카에 건설된 3호선 나나쿠마선(七隈線, Nanakuma-sen)은 초기부터 다양한 사용자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접근한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나나쿠마선의 대합실은 어느 각도에서든 모든 사용자로 하여금 출입구 번호를 쉽게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후쿠오카(福岡, Fukuoka)는 일본 전체로 볼 때는 8번째 도시에 불과하지만,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4대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큐슈(九州, Kyushu)에서는 인구가 제일 많은 도시이다. 또한 후쿠오카현의 현청소재지이면서 고속철도 신간선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후쿠오카는 흔히 하카타(博多, Hakata)로도 불린다. 이는 시내에 흐르고 있는 나카강(那珂川)을 중심으로 동서에 위치한 하카타와 후쿠오카라는 두 개의 도시가 1889년 통합되었기 때문이며, 지금도 시를 대표하는 역의 명칭은 JR하카타역이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글로벌 잡지 모노클(MONOCLE)의 2008년 도시평가에서 후쿠오카는 세계에서 생활수준이 가장 높은 도시 17위, 쇼핑부문 세계1위를 기록하여 규모에 비해 도시경쟁력과 도시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매력 있는 도시임을 알 수 있다. 후쿠오카에는 도쿄의 롯폰기 힐즈를 설계한 저드 파트너스(Jerde Partnership)의 대표적 성공작인 대규모 쇼핑몰 캐널 시티 하카타(Canal City Hakata)와 같은 랜드마크를 비롯해, 그린디자인의 상징건물이 된 아크로스 후쿠오카(ACROS Fukuoka), 세계적 건축가들을 초빙해 설계한 넥서스 월드(Nexus World) 주거단지, 최근 세계적 건축가인 이토 도요(伊東豊雄, Ito Toyo)가 주도하여 갯벌매립지를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한 사례로 명성을 얻고 있는 후쿠오카 아일랜드 시티(Fukuoka Island City)와 그린그린(GRINGRIN) 중앙공원 등 도시 곳곳에 훌륭한 건축과 디자인이 숨 쉬고 있다.

캐널 시티 하카타는 인공운하를 만들고, 물과 각종 공연 등의 콘텐츠로 집객효과를 극대화한 복합문화공간개발의 전형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크로스 후쿠오카는 미국의 건축가 에밀리오 암바스(Emilio Ambasz)가 환경과의 공생을  주제로 만든 건물로   13개 층에 걸쳐 조성된 계단식 옥상정원이 건물을 덮고 있다.

그린그린 중앙공원의 중심부 호숫가에 자리 잡은 190미터 길이의 건물로 식물원 및 학습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부드러운 지형에 대응하는 형태와 표피를 녹화하여 자연환경과 통합되고 있다.

후쿠오카의 지하철은 현재 총 3개의 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최근에 개통된 3호선 나나쿠마선은 도시의 중심상업지구인 중앙구 텐진미나미 (天神南, Tenjin-Minami)역에서부터 철도교통이 없는 도시의 남서부 지역인 서구 하시모토(橋本, Hashimoto)역까지 잇는 노선으로 건설되었으며 향후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핵심 상업지구로의 연장이 논의되고 있다. 나나쿠마선은 후쿠오카의 기존 노선들과 달리 자동 플랫폼 게이트와 열차가 자동으로 운행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일본 내에서 리니어모터로 작동되는 네 번째 지하철로 2005년 2월 3일 개통하였다. 노선의 길이는 현재까지는 12km이며 역수는 총 16개이다.

나나쿠마선의 캐노피는 도시환경과 대응토록 가볍고 최대한 개방성을 가지는 구조로 디자인되었다.

나나쿠마선 디자인은 1996년 시민 설문조사와 장애인에 대한 탐문조사로 시작되었다. 1년 뒤 후쿠카시 교통국 시설계획과는 ‘지하철디자인검토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하였고 이 위원회에서는 ‘누구나 이용이 쉽고 지역에 친근감을 주는 지하철 건설’이라는 기본방향을 수립하였다. 이 위원회는 ‘후쿠오카시 지하철디자인위원회’로 발전되었고, 토목, 건축, 전기, 설비, 차량, 운영 등을 통합적으로 일관 검토하는 토탈 디자인(total design) 을 추구하였다. 위원회에서는 일본 후쿠오카의 산업디자인과 건축 전문회사인 GA-TAP(株式会社ジーエータップ)으로 하여금 역사 설계와 각종 편의시설 디자인, 지하철 차량디자인, 사인디자인 부분에 걸친 개발과 디자인 전반에 관한 모든 사항을 기획 및 관리, 통제하는 커미셔너 역할을 수행토록 하였고, 대표 디렉터인 도시미츠 사다무라(定村俊満, Toshimitsu Sadamura)가 주도하여 5년 이상의 시간을 디자인에 투여하였다. 초기의 면밀한 관찰조사 결과, 지하철 공간에서 크게 ‘이동’과 ‘정보’와 관련된 두 가지 장애그룹의 문제가 발견되었고, 크게 공간구성과 커뮤니케이션의 두 가지 측면에서 해결책이 강구되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명확한 유도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공간구성 측면에서는 엘리베이터 또는 에스컬레이터의 필수 제공, 엘리베이터 설치 시 대합실 탑승게이트와 최단거리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엘리베이터의 플랫폼 중심부 배치, 그리고 열차와의 틈 및 높이차 최소화 등이 제안되었다. 시설측면에서는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티켓판매기의 높이조절, 부피가 큰 짐과 함께 통과할 수 있는 선반을 갖춘 게이트 제공,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서 점자유도블록의 일부를 끊어 바퀴가 지나가는데 편리성 도모, 다목적 화장실에 성인크기의 침대 구비, 시각장애인의 흰 지팡이(white cane)를 경고 블록에 대면 자동 작동하는 엘리베이터 설비 설치, 고령자나 어린이도 손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이중 손잡이 설치 등이 주요한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합하는 전체의 체계로 공간내의 모든 모듈은 300mm단위로 설계하여 바닥은 300×300, 벽은 900×600을 기준으로 하고 광고판, 역사 내 게시판, 외부출구정보, 소화전 등의 모든 정보와 방재시설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매입되도록 하고 모든 배선도 천장에 매입토록 하였다. 또 매표공간과 화장실의 벽은 곡선을 넣어 형태적 변화를 주고 짙은 녹색으로 표시하여 공간기능에 따른 색채구분까지 세심한 고려가 이루어졌다.

티켓판매부는 휠체어를 이용하여 접근하는 이용자나 어린이를 모두 고려한 적절한 높이와 사용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의 중심부에 엘리베이터를 위치시키고 엘리베이터 상승하강 정보를 잘 보이도록 계획하고 있다.

300mm단위의 모듈을 설정하고 문의 크기, 소화전의 규격, 벽면부착 정보, 환기그릴 등 모든 건축시설과 시각정보의 규격을 통합화시켜 통합디자인을 구현하고 있다.

빛을 다루는 측면에서는 약시자들의 이동을 돕도록 조명을 통해 점자유도블록이 잘 읽히도록 하였다. 또한 공간 내의 모든 조명은 하얀 주광색을 지양하고 부드럽고 온화한 전구빛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벽체부와 계단부 등의 조명은 간접조명을 취하여 심리적으로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대합실 공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조명이 들어간 노란색 대형출구번호는 나나쿠마선이 지향하고 있는 이러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차량 내에는 좌석 밑에 짐을 둘 수 있도록 공간의 확보, 차량 내 휠체어 안전을 위해 벨트 설치, 열차 정차 시 역명을 차량 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설비 등도 갖추고 있다.

벽체조명을 전구빛 간접조명으로 처리하고 역사 내 게시판은 기능상 부드러운 주광색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사용자를 위해 이중손잡이를 채택하고 손잡이 하부로 간접조명을 처리하여 공간전체의 고급스러움과 조도확보라는 기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대형 출구번호로 가독성을 중시하고 정보를 찾게 되는 위치별 특성에 따라 정확히 계획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으며, 곧 고령사회를 겪으면서 지하철의 공간체계에서도 보다 차원이 다른 접근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후쿠오카 나나쿠마선이 보여준 ‘배려하는 디자인’은 우리 지하철이 가야할 숙명적 방향이며 필수개념이다.

글/사진 최성호 한양사이버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교수

최성호 교수 약력
-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 학사
- 홍익대학교, 서울대학교 공간디자인학 석사
- 한양대학교 디자인학 박사수료
- 한양사이버대학교 연구학생처장
- (사)한국공공디자인학회 부회장
- 서울디자인위원회 위원
- 혁신도시 공공디자인 기본계획 총괄연구원
- 하남미사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총괄MP
-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환경개선사업MP

[출처] [세계의 도시철도 디자인 탐방] 04 일본 후쿠오카 (나나쿠마선 지하철 역사 디자인)|작성자 TopGun